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기성용과 린가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기성용이 어디를 가든, FC서울의 레전드로 남을 것이다.”
제시 린가드(서울)는 기성용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둘 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볐고 상대 팀에서 만나 맞대결을 벌인 적도 있다. 린가드가 지난해 서울에 합류하자 기성용 역시 더욱 반가워했다. 지난해 주장이었던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자 린가드가 대신 주장 완장을 차면서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둘은 함께하지 못한다.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하기 때문이다. 친분이 강했던만큼 아쉬움도 크다. 린가드는 “제가 팀에 잘 적응하게 도와줬고 서울 입단 후 처음 대화를 나눈 선수도 기성용이었다”라며 “작년에 제가 주장을 맡았을 때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기성용이 서울의 레전드라는 사실은 린가드 역시 잘 알고 있다. 린가드는 “기성용은 명실상부 우리 구단 레전드”라며 “서울에서 기성용이라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어떤 부분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29일 포항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는 린가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적은 아쉽지만 프로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린가드는 “(기성용이) 프로 선수로서 해야만 하는 결정의 순간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 깜짝 등장했다. 린가드가 기성용이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전광판에 잡히기도 했다. 린가드는 “저도, 기성용도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다”며 “(기성용이) 많이 슬퍼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한 구단에 굉장히 오래 있었지 않나”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어디에 있든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도 했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이 없는 만큼 더 단단하게 준비했다. 포항전에서는 경기 내내 김기동 서울 감독을 향한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린가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팀을 진두지휘했고 결국 4-1 대승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그는 “팬들의 존재가 저희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며 “경기장 분위기가 선수로서 뛰기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경기 전에 선수들과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만 하자고 강조했다. 경기장에서 잘 드러났다”고 만족했다.
지난 3월29일 대구FC전 이후 모처럼의 홈 승리다. 린가드는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홈에서 승리를 못해 팬들께서 실망했을 부분도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 이겼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서 굉장히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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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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