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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분쟁 내가 다 끝냈다” 피스메이커 자처하는 트럼프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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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분쟁 내가 다 끝냈다” 피스메이커 자처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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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고 평화 중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전 세계 분쟁의 종결자”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을 봉합한 직후에는 “내가 없었다면 전면전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를 “최고 평화 중재자(peacemaker-in-chief)”라 불렀다. 트럼프의 자화자찬처럼 미국은 최근 압도적 군사력·경제력을 바탕으로 실제 각종 분쟁 해결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다만 ‘평화’의 상당 부분은 불안정한 일시 봉합이거나 상징적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취임식에서 “나는 분열이 아닌 통합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트럼프는 이후 세계 분쟁마다 자신의 중재 성과를 부각하며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평화 중재자(peacemaker)이자 통합자(unifier)로서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해왔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27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콩고민주공화국(DRC·민주콩고)과 르완다 외무장관을 불러 평화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양국이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과 모든 적대 행위 금지에 합의한 이후 트럼프는 “내가 직접 중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되고 잔인한 전쟁 중 하나를 끝냈다”며 “30년간 이어진 분쟁을 내가 직접 평화 협정으로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정은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외교적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 투치족을 학살했던 후투족 민병대 세력이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도피하면서 시작된 분쟁은 수십만 명의 사망자와 난민을 낳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또 2023년부터 계속돼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와의 분쟁에 대해 “다음 주 내로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트럼프가 하마스와의 휴전 협정에 동의하도록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북한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3일에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및 이란의 제한적 반격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스라엘 휴전을 선언하며 “내가 직접 중재하지 않았다면 두 나라가 처참한 전쟁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충돌 이후 “내가 두 나라 정상과 직접 소통했고 평화가 찾아왔다” “내가 없었다면 핵 전쟁까지 갈 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는 취임 6개월도 안 돼 사실상 전 세계 분쟁 해결에 자신이 모두 관여한 듯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의 ‘힘을 통한 평화’는 ‘완전한 평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란·이스라엘의 경우 상호 불신이 여전히 극심하고, 이란의 핵 개발 재개 여부에 따라 언제든 재충돌 가능성이 잔존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8일 “이란 핵 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몇 달 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트럼프가 직접 중재를 선언한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경우, 인도 정부는 “휴전은 양국 군 당국 간 직접 대화로 이뤄졌다”고 했다. 트럼프가 “무역을 지렛대로 중재를 이끌어냈다”고 하자, 인도 정부는 곧바로 “무역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민주콩고·르완다의 경우 무장 단체의 무기 반납 문제 등 불확실성이 커 평화 지속 여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스라엘·하마스 역시 상황은 불안정하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하마스와의 협상 자체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고, 하마스 측은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유세 때부터 “당선되면 취임 첫날 24시간 이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24시간 약속은) 풍자(sarcastic)였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그의 오랜 노벨 평화상 집착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권 1기 때부터 트럼프는 미·북 정상회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수교(아브라함 협정) 등을 내세워 “노벨 평화상을 4~5번은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고, 수상 불발 시엔 “내가 오바마보다 많은 일을 했는데 왜 나는 안 주느냐”고 했다. 버디 카터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주) 등은 최근 트럼프가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이란)이 핵무기를 얻는 것을 막는 데 역사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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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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