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두 이끈 폰세 ‘킥 체인지업’
프로야구 다승, 평균 자책점, 탈삼진, 승률 부문 1위를 달리는 코디 폰세(한화)가 지난 22일 키움을 상대로 킥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공을 찍어 눌러 보통의 체인지업보다 큰 낙폭을 만든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는 단연 한화의 코디 폰세(31)다. 그는 28일 인천에서 열린 SSG와의 원정 경기에서 7이닝 1실점(9탈삼진)의 호투로 팀의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폰세는 11승(무패)째를 올렸고, 평균자책점 1.99, 탈삼진 150개로 각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기세면 승률(100%)까지 포함한 투수 4관왕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투수가 이 네 부문을 모두 휩쓴 적은 KBO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폰세가 최정상 투수로 군림하며 한화를 선두로 이끄는 배경에는 최고 시속 159㎞에 달하는 강속구도 있지만, 올해부터 ‘킥 체인지업(kick changeup)’이라는 변화구를 장착한 덕분이다.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좋은 체격 조건(198cm, 115kg)의 강속구 투수로 주목받았지만, 체인지업을 제대로 못 던지는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라 불리는 체인지업은 말 그대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변화구다. 체인지업을 잘 구사하면, 같은 폼으로 던지는 직구의 위력이 배가(倍加)된다. 폰세는 일본에서 뛰던 지난해 체인지업 구사율(8.1%)이 낮았고,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박상훈 |
올해 한화에 입단해 킥 체인지업을 익힌 폰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큰 위력이 없는 체인지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작년부터 실전에 도입된 ‘신종 변화구’ 킥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한 것이다.
킥 체인지업은 이름처럼 차(kick)듯이 던지는 체인지업이다. 일반적인 체인지업 그립과 달리 폰세는 오른손 셋째 손가락 끝을 세워 공을 잡고서 던지는 순간 손가락으로 꾹 찍어 누른다.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것처럼 날아오다가 아래로 뚝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한다.
폰세의 올 시즌 킥 체인지업 구사율은 전체 투구의 17.7%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킥 체인지업 비율이 23.9%까지 치솟는다. 2스트라이크 이후엔 킥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24.1%로 더 올라간다. 빠른 직구로 타자를 압박하다가 결정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킥 체인지업으로 삼진이나 범타를 유도하는 것이다. 폰세의 킥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시속 141km로 일본 무대에서 던지던 체인지업(시속 138.5km)보다 더 빨라졌다.
킥 체인지업은 2023년 미국의 한 사설 야구 훈련소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유니폼을 입기도 했던 숀 앤더슨(LA 에인절스)이 체인지업 제구가 난조를 보이면서 새 구종을 개발했고, 킥 체인지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망주 헤이든 버드송이 킥 체인지업을 마이너리그에서 실전에 도입했고,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에게도 보급되고 있다.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였던 클레이 홈스(뉴욕 메츠)는 올해 선발로 보직을 바꾸면서 커터 대신 킥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장착해 피안타율을 크게 줄였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킥 체인지업을 사용하는 투수들이 늘고 있다. 폰세에 이어 평균자책점 2위(2.11)인 SSG 앤더슨은 작년엔 체인지업 구사율이 5.9%에 그쳤지만, 킥 체인지업을 익힌 올해는 19.7%로 늘었다. 투구 패턴 자체가 바뀌어서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KIA 제임스 네일 역시 킥 체인지업을 좌타자 상대 주요 결정구로 활용 중이다. 좌타자 상대로 킥 체인지업 구사율이 23%가 넘고, 구속은 140km 수준으로 폰세와 비슷하다.
한편 29일 SSG는 문학에서 한화를 맞아 2대0 승리를 거뒀다.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2회 말에 한화 선발 류현진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뺏었다.
고척에선 홈 팀 키움이 삼성을 10대7로 누르고 주말 3연전 승리를 쓸어 담았다. KIA는 잠실에서 LG에 12대2로 대승했다. 3위 롯데는 부산에서 KT를 10대5로 누르고 2위 LG와의 승차를 다시 1경기로 좁혔다. 두산은 창원 원정에서 NC를 7대3으로 제치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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