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30년이 지났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쳤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대 참사다.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건물은 불과 20초 만에 무너졌다. 부실공사와 불법 증축, 탐욕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최악의 인재였다. 지금도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있다. 유족들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고, '외상후 울분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도 적잖다.
“뼛조각 하나라도 찾고 싶다”는 실종자 유족들은 난지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고 19일 만에 구조를 중단한 서울시는 건물 잔해를 난지도에 매립했다. 유족들은 직접 쓰레기를 뒤져 유해를 수습했다. 잔해 매립 후 약 한 달간 유족 등 266명이 난지도를 수색한 결과, 유골 142점과 유류품 3,422점이 나왔다.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동안 국가와 정부는 어디에도 없었다. 진상 규명도 공적 애도도 함께 매장됐다. 삼풍 유족을 위로한 건 그 뒤에도 계속된 세월호와 이태원 등 대형 참사의 유가족이었다.
상처를 기억하고 비극을 애도하는 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힘과 출발점이다. 2001년 9·11테러 참사 이후 뉴욕 시민들은 ‘그라운드 제로’를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테러 피해자 가족을 위한 지원, 보상, 추모 공간 조성 등이 이뤄졌다. 2017년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 그렌펠 타워 참사 이후 런던 시민들은 ‘정의 없는 복구는 회복이 아니다’며 희생자 유족 편에 서서 함께 울었다.
삼풍 참사 유족들은 난지도 매립지에 만들어진 노을공원에 작은 실종자 표지석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귀담아듣는 이가 없다. 잇단 참사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지만 국회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지 오래다. 30년 전 함께 무너진 국가 책임과 사회 연대, 인간의 존엄을 다시 세워달라는 구조 요청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