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국방 전략 발표 앞두고 軍 태세 조정 중
中견제 위해 주일 미군·자위대 연결성 강화
주일 미군 권한 확대 시 주한 미군도 변화 불가피
中견제 위해 주일 미군·자위대 연결성 강화
주일 미군 권한 확대 시 주한 미군도 변화 불가피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열린 신임 주일미군사령관 취임식에서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 겸 미 5공군사령관(오른쪽)이 지휘권을 상징하는 부대기를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은 28일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 권한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 공군 |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공군 중장)은 28일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 약 5만5000명의 임무와 관련해 “동맹 관리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 구호 및 무력 충돌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작전을 통합·동기화하도록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일미군사령부가) 향후 몇 년간 지휘 권한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르면 8월 있을 새 국방 전략(NDS) 발표를 앞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태세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 주일 미군 역할이 확대될 경우 감축·이전 배치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주한 미군의 운용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조스트 사령관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인·태 지역의 안보·자유·번영은 특히 중국 같은 적대적 국가들에 의해 점점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저는 (중국의) 위협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NDS의 예고편 격인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 견제’를 제1의 안보 과제로 내세웠고, 일본은 미국의 이 같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역할 확대’ 주장에 부응하고자 한반도와 대만해협·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역(戰域·전시작전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개념을 미국에 제시해 협의하고 있다.
주일미군사령관의 언급처럼 주일 미군의 역할이 확대되고, 미군이 동아시아 지역을 단일 전구(戰區)로 묶어 통합 운용하게 되면 역내 미군의 구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주한 미군 전작권 이양과 함께 주한미군사령관은 중장(3성)으로 내리고, 현재 중장이 맡고 있는 주일미군사령관을 대장(4성)으로 올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 미군 규모는 주한 미군의 약 2배에 이른다. 또 유엔군사령부(UNC) 이전,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 사령관. /주일미군 |
미·일은 지난해 7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고자 지휘·통제 체계 협력 강화에 합의했고, 미군은 자위대의 확장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주일미군사령부를 합동군사령부로 격상하기로 했다. 주일 미군은 자위대와 지휘 협조는 하고 있지만, 한미와 같은 통합 지휘 체계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주일 미군 역할 확대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일본 자위대는 지난 3월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일괄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발족했는데, 최근 주일미군사령부 내에 ‘일본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협력팀(JCT)’이 출범했다. 아직은 작은 조직이지만 JCT가 중간 채널이 돼 미·일 군사 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주일 미군 작전 지휘권은 현재 하와이의 인태사령부(USINDOPACOM)가 갖고 있는데 이를 일부 양도하고, 사령관 직급을 대장(4성)으로 격상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스트 사령관은 일본이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를 발족한 것과 관련, “일본이 더 통합되고 유연한 안보 태세를 추구한다는 것을 반영하는 역사적인 발전”이라며 “이 중요한 진전, 구조적 진화는 일본의 방위 예산 증액과 병행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지역 안보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결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태 지역의 안보·자유·번영은 특히 중국 같은 적대적 국가들에 의해 점점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저는 (중국의) 위협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일본 파트너와의 연결성, 작전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켜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인도·호주가 가입해 있는 다자(多者) 안보 협력체 쿼드(QUAD)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중 견제의 핵심 국가인 필리핀 등과도 안보 협력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중국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필리핀과의 3자 협력도 활발한 편이다.
그래픽=박상훈 |
주일 미군의 역할이 실제로 확대된다면 주한 미군에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인력·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임무가 북한 억제에 한정돼 있는 주한 미군에 대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임무에 따라 주한 미군 일부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 장관은 이달 초 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항상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 대해 “일본과 중국 사이의 항공모함과 같다”고 했다. 주한 미군을 북한의 위협을 막는 붙박이 전력이 아니라 중국을 억지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간 전력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5월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며 유사시 주한 미군을 인근 다른 분쟁 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 전략(NDS)
국방부의 최상위 전략 지침으로, 대통령의 국가 안보 전략(NSS)을 군사적인 맥락에 맞춰 구체화한 문서다. 미국의 안보 목표와 우선순위, 미국이 직면한 주요 위협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큰 틀의 전략 등이 담겨 있다. 원래는 4년 주기로 작성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1년 이내에 내놓는 것이 관례고,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르면 8월 트럼프 2기의 국방 전략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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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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