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위촉한 작곡가 이하느리 "기분 좋아지는 게 목표예요" : zum 뉴스

내달 3일 예술의전당서 신작 'As if……Ⅰ' 초연…"글자 모양으로 제목 정했죠"
9살 때부터 작곡 시작…"흥미로운 악기 소리가 창작의 출발점"

떠오르는 젋은 작곡가 이하느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하느리 작곡가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6.29.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임윤찬이 첫 번째 곡을 연주하고 난 뒤 객석을 향해 손짓했다. 임윤찬의 요청을 받고 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작곡가 이하느리(19). 임윤찬의 위촉으로 이날 리사이틀의 첫 번째 곡 '…라운드 앤드 벨버티-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를 만든 작곡가다.

"그냥 올라오라고 해서 올라갔어요."

지난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하느리는 덤덤했다. 복잡한 소리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곡가인 그의 답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2006년생 작곡가 이하느리는 현재 주목받는 신예 음악가다.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와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널리 알려졌다.

임윤찬이 곡을 위촉한 작곡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지난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국악 신작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Unselected Ambient Loops 25-25)를 처음 선보였고 다음 달 3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신작 'As if……Ⅰ'(애즈 이프……1) 초연을 앞두고 있다. 'As if……Ⅰ'는 최수열이 지휘하고 TIMF 앙상블과 퍼커셔니스트 김은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주한다.

"타악기와 10인 앙상블을 위한 작품이고 타악기는 김은혜 선생님이 솔로 연주를 하세요. 10분 정도 길이의 악장 3개로 이뤄졌습니다."

이하느리는 "(최수열 지휘자가) 제안해주신 타악기 콘체르토(concerto·협주곡)가 비교적 생소한 편성이었다"며 "솔리스트 김은혜 선생님은 제가 존경하는 분이고 타악기 콘체르토도 재밌을 것 같았다. 도전적인 생각으로 (제안을) 수락했다"고 작곡 계기를 밝혔다.

포즈 취하는 이하느리 작곡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하느리 작곡가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6.29. ryousanta@yna.co.kr

이하느리는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제목을 곡에 붙여왔다. 이번 신작의 제목도 한눈에 뜻이 다가오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메모에 여러 개를 모아두고요, 곡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 제목이 어울리겠다 싶으면 가져와서 붙여요. 근데 그것도 곡마다 조금씩은 달라요."

이하느리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로 만드는 작품과 색다른 시도를 하는 작품으로 구분해 제목의 재료를 모아둔다고 했다. 이번 신작은 색다른 시도를 하는 작품으로 분류돼 그와 어울리는 제목을 꺼냈다.

그는 "(제목에) 뜻이 있지는 않다"며 "1을 붙인 이유는 모양으로 봤을 때 이뻐서 붙였다. 그런 식으로 직관이 항상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직관은 필연보다는 우연의 법칙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임윤찬이 위촉한 곡 '…라운드 앤드 벨버티-스무드 블렌드…'도 우연히 본 주류에서 따온 제목이다.

"(임윤찬) 형과 밥을 먹다가 형이 곡을 써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써주기로 했어요. 근데 그날 프로그램을 보내야 해서 당장 제목을 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날 우연히 본 주류의 포장 상자에 저게 쓰여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로 정했죠."

하지만 제목은 곡을 접하기 전 관객에게 일종의 감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을까.

"관객분들이 제목을 보고 어떤 인상을 느끼셨다면 그대로 느끼시면 되고 작품과 매치시켜서 생각하셔도 돼요. 매치가 안 된다면, (곡에서) 또 다른 인상을 받으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는 작곡가 이하느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하느리 작곡가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9. ryousanta@yna.co.kr

이하느리는 4살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가 태어난 이후 할머니가 계속해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은 영향이었다. 하지만 악기 연주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은 이후 바이올린 독주곡 작곡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9살 때였다.

"스크랴빈의 곡을 딱 듣는 순간 '좋다'의 감정보다 '나도 빨리 이런 걸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때부터 오선지에 혼자 작곡을 시작했죠."

10살에 예술의전당 영재 아카데미를 다니며 작곡을 배웠고 13살에 예원학교에 입학했다. 동시에 한예종 영재원을 다녔는데 그때 임윤찬과 친해졌다고 한다.

현재 한예종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느리는 소리 너머의 의미보다는 소리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저의 아이디어가 음악 외적인 메시지를 생각할 때 발현되지 않는다. '악기에서 나는 소리가 흥미롭다'는 점이 (아이디어의) 출발점"이라며 "대중음악을 들을 때든 클래식이나 국악을 들을 때든 좋은 건 좋게 느껴지고 안 좋은 건 안 좋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하느리는 그렇게 여러 소리를 배합해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만들어가는 식으로 작곡한다. 본인이 들었을 때 좋지 않은 소리는 활용하지 않는 식이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만들 때도 그의 직관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위촉 작업을 하는 이하느리는 앞으로도 많은 프로젝트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많은 곳에서 자신을 주목하는 이유를 묻자 "모르겠다"며 "위촉이 들어오면 '운이 좋네'라고 하며 곡을 쓴다"고 했다.

임윤찬이 본인을 극찬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윤찬이 형이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주회 팸플릿에 한 줄 쓰여 있는 게 아직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쉽지 않네요. 요즘은 그냥 체념하고 있습니다."

이하느리는 아직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면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인터뷰 전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한 작품에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고 했다.

"제가 국악을 처음 쓰는 거고 어떤 악기에 대해 아이디어가 구체화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마감 시간이 조금 촉박했어요. 곡의 퀄리티가 조금 아쉬웠고요. 그에 반해 연주는 너무 잘해주셔서…. 내년에 국악 작품을 하나 더 써야 하는데 그때는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그는 "아직 저는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써본 적이 없다"며 "제 마음에 드는 작품에 가까워져서 제 기분이 좋아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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