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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예능 야구 감독이라니' 종범神의 믿기 힘든 결정…프로 코치 책임감 가볍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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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예능 야구 감독이라니' 종범神의 믿기 힘든 결정…프로 코치 책임감 가볍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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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사건사고는 아니지만 야구계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신(神)으로 추앙받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레전드가 시즌 중 예능 출연을 위해 프로야구 무대를 떠났다.

KT 위즈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10차전에 앞서 이종범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통상 1군 코치의 엔트리 말소는 부진에 빠진 팀이 해당 파트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단행하거나, 코치 개인의 사정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이종범 코치 말소 사유는 씁쓸하다.



KT 구단은 "이종범 코치가 최근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퇴단을 요청했다"며 "구단은 (이강철) 감독과 협의를 통해 이종범 코치의 요청을 수락했다. 이종범 코치 부재에 따른 전력 공백은 없다. 박경수 코치가 외야 수비, 주루 보직을 맡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종범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 나아가 한국 야구 역사를 통틀어 전설 중의 전설로 꼽힌다. 199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하자마자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면서 '바람의 아들'의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이종범은 1994시즌 타율 0.393, 196안타, 19홈런, 77타점, 84도루라는 '만화' 같은 기록을 남겼다. 1997시즌엔 KBO리그 유격수 최초의 단일 시즌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6~1997 해태의 통합우승까지 이끌고 명실상부한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이종범은 1998년부터 일본프로야구(NPB) 주니치 드래건스로 무대를 옮겨 2001 시즌 중반까지 활약했다. 부상 여파로 기대 만큼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1999년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종범은 2001시즌 중 해태에서 KIA로 모기업이 바뀐 타이거즈로 복귀, 2011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2009년에는 타이거즈의 오랜 숙원이었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종범신(神)으로 또 한 번 추앙받았다.

이종범은 은퇴 직후 빠르게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해태 시절 스승이었던 김응용 감독을 보좌해 한화 이글스에서 2013~2014 시즌을 보냈다. 이후 TV 해설위원 생활을 거친 뒤 2019 시즌 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 2020 시즌 주니치 2군 연수코치를 거쳐 2021 시즌부터 2023 시즌까지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종범은 지난해 잠시 KBO리그를 떠났다.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성사되면서 미국에서 1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2025시즌을 앞두고 해태왕조를 함께 이룩했던 선배 이강철 KT 감독의 제안을 받고 1군 외야수비-주루 코치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그러나 이종범 코치는 페넌트레이스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혀 뜻밖의 사유로 구단에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직 프로야구 코치가 시즌 중 개인 사정이나 구단과 의견 충돌로 물러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지만, 예능 출연이 이유인 건 처음이다.

프로야구에 몸 담고 있는 1군 코치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즌 중 사의를 표명한 건 굳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물론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어느 업계에서나 상도의, 불문율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종범 코치의 퇴단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책임감 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프로야구에서만 선수와 코치로 30년 넘게 생활했던 이종범 코치가 KBO리그의 룰을 몰랐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이종범 코치가 2025 시즌을 마친 뒤 KT와 재계약 없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 문제가 될 부분도, 팬들에게 원성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른 구단 이적 또한 1군 감독, 수석코치, 2군 감독 등 영전하는 보직을 맡게 됐다면 KT가 만류할 이유가 없다.

KT는 졸지에 1군 메인 코치 한 명을 잃은 채 2025시즌 페넌트레이스 잔여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프로야구팀이 코치 1명의 이탈로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분위기가 어수선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이 KBO리그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규팬 유입 폭도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고, 야구 자체 관련 콘텐츠도 크게 늘어났다.

야구 예능은 은퇴한 야구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몇몇 선수들은 현역 때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는 기현상까지 생겼다. 여기에 고액 연봉자 못지 않은 방송 출연료까지 따라온다.



반대로 은퇴 후 프로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야구인들은 선수 시절과 비교하면 적어지는 연봉, 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 계약직의 불안정한 신분까지 매우 고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방송 생활을 비교하면 '워라밸'도 차이가 크다. 야구 예능 출연은 야구인들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다.

그러나 신(神)으로 추앙 받는 레전드, 이제는 야구계에서 '어른'의 위치에 있다고 평가 받는 이종범 코치의 돌발 선택은 팬들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출연하게 될 예능 프로그램의 흥행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번 결정 자체가 커리어에서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