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드러난 ‘국힘의 현실’
나경원,윤상현 등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재 공석인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뉴스1 |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 대선 득표율(41%)의 절반 수준인 20% 초반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뒤지거나 오차 범위 안에서 경합했다. 대선 패배 후 3주가 지난 가운데 전통적 지지층까지 지지를 유보하거나 이탈하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27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3%, 국민의힘이 2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에서 41%를 얻어 민주당(27%)을 앞섰지만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뒤졌다. 내년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에선 국민의힘이 29%, 민주당이 35%였다.
그래픽=이철원 |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5%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작년 12·3 비상계엄 직후(26%)보다 낮았고 2021년 2월 이후 최저였다. 특히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포진한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은 31%로 민주당(28%)과 오차 범위 안까지 좁혀졌다. 응답자의 29%가 ‘지지 정당이 없다’거나 답변을 거부해 기존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지자들이 무당층으로 돌아섰다.
세대별로도 국민의힘은 청장년 세대에서 민주당에 크게 뒤졌고, 노년층에서도 민주당과 오차 범위 안에서 경합했다. 이번 NBS 조사에서 70대 이상 응답자의 42%가 민주당, 34%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70대 이상 응답자 중 37%가 민주당, 39%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평생 보수 정당을 지지해온 노년 유권자로부터도 당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을 놓고 대선 패배에 따른 지지층의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반 한·미·일 협력 기조를 유지하고, 주가가 연일 오르면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결집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등을 강행하자 “행정과 입법을 장악한 여권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지지율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한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 보니 총리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반성과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는다. 비상계엄부터 대선 참패에 이르기까지 과오가 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직전 ‘후보 교체 파동’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당내 최연소 의원인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김 위원장이 대선 기간 제시했던 개혁안은 당내 반발로 좌초됐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의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경북 김천) 신임 원내대표가 공약했던 ‘혁신위원회 구성’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 위원장 임기는 이달 30일로 끝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구·경북만 겨우 수성하는 국민의힘 상황은 전국 정당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고, 국민들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해야 하는지 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기대하며 반사 이익을 노릴지 모르지만, 자발적인 쇄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이라고 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지만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이듬해 총선에선 참패했고, 이후 ‘김종인 비대위’를 시작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이준석 당대표 선출 등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지지율 반등이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대론 내년 지방선거 패배가 유력한데도 혁신 주장을 ‘내부 총질’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107석 소수 야당이 뭐라도 하려면 민심이 받쳐줘야 하는데, 오히려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기만 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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