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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0조 시장 교두보 고리 1호기 해체...속도보다 안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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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0조 시장 교두보 고리 1호기 해체...속도보다 안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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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열린 제216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 이는 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의 해체다. 뉴스1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열린 제216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원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했다. 이는 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의 해체다. 뉴스1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해체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상업용 원전 해체다. 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할 기회이지만, 폐기물 처리와 방사능 유출 위험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를 열어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해체를 최종 승인했다. 1조713억 원을 들여 약 12년간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지 47년, 2017년 영구 정지 8년 만이다.

지금까지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리 기술은 미국의 70% 이상으로 자체 해체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으로 해체한다면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든든한 교두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시장 규모가 5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원전 기술 개발부터 건설, 운영, 해체까지 원전 산업 전 주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신규 원전 수주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난관도 많다. 해체 작업은 방사능 오염 수위가 낮은 곳부터 철거를 시작해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반출, 방사능 오염 구역 해제, 부지 복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다.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임시 저장한 뒤 중간저장시설(2050년) 영구처분시설(2060년)로 옮긴다는 계획인데, 아직 부지 선정 절차도 밟지 않았다. 철거 과정에서 대량 발생할 방사성 금속이나 콘크리트 등 중·저준위 폐기물 수용 공간(경주 방폐장)도 포화 상태다.

무엇보다 해체 과정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거나 작업자가 피폭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주민 반발도 거셀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향후 추가로 수명을 다하는 원전의 경우 고리 1호기처럼 곧바로 해체에 들어가지 않고 10~20년에 걸쳐 방사능 농도를 낮춘 뒤 해체를 하는 ‘지연 해체’도 고려해야 한다. 무리한 과속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