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여러 팀이 경쟁이 붙은 결과임에도 다저스가 김혜성에 보장한 금액은 3년간 1250만 달러였다. 이정후 계약 기간의 반값, 총액은 10분의 1 수준이었다. 옵션 2년을 붙여도 5년간 2200만 달러로 역시 이정후의 계약과 비교는 어려웠다.
김혜성은 이정후보다 더 빠른 발과 주루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내야수, 그것도 센터라인을 이루는 2루수와 유격수다. 이정후도 뛰어난 중견수 수비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견수 포지션 소화도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김혜성의 수비 기여도가 이정후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차이는 방망이였다.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혜성도 KBO리그에서는 좋은 타자였다. KBO리그 통산 953경기에서 타율 0.304를 기록했다. 콘택트 능력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 상당수는 김혜성의 타격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김혜성도 3할의 콘택트 히터처럼 보이지만, 헛스윙과 삼진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어차피 장타를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은 만큼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이게 가장 큰 약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김혜성의 통산 삼진 비율은 16.3%였고, 그나마 많이 줄였다는 2024년에도 10.9%로 매년 10%가 넘었다. 그렇다고 볼넷을 잘 고르는 선수도 아니었다. 이는 이정후와 큰 차이였다.
KBO보다 더 상위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약점이 도드라질 것으로 봤고, 실제 다저스의 생각도 같았다. 구단 구상에서 김혜성은 주로 우완을 상대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종전의 타격 메커니즘으로는 메이저리그의 더 빠른 구속과 몸쪽 커터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오랜 기간 타격 메커니즘 수정에 공을 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그런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 2할도 못 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KBO리그에서 3할대 중반의 고타율을 유지하던 이정후가 지난해 고전했고, 김현수나 강정호 또한 타율에서 큰 폭의 하락이 있었다. 김혜성은 그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1할대 타율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오히려 4할이 더 가까이 있다.
물론 타구의 질이 아주 좋다거나, 상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콘택트로 안타를 만들어내기 충분한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맞는 순간 장타는 아니지만, 맞는 순간 안타라고 느끼기에는 타구들이다.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에도 불구하고 선발로 나갈 때마다 안타 하나씩은 치면서 타율 방어를 하고 있다.
그런 김혜성은 1할대 타율에서는 완전히 멀어졌다. 지금부터 50타수 연속 무안타(128타수 29안타)를 기록해도 타율은 0.227이고, 67타수 연속 무안타(145타수 29안타)를 기록해도 딱 2할이다. 규정타석에서는 한참 모자란 지표지만, 지금 추세대로 버티면 시즌 최종으로 가도 3할 타율을 기대할 흐름이다. 김혜성이 모두의 예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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