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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랬나?" 소름 끼치게 다닥다닥…더 쫙 퍼진 러브버그

머니투데이 민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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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랬나?" 소름 끼치게 다닥다닥…더 쫙 퍼진 러브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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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주위에서 기자가 발견한 러브버그 떼. /사진=민수정 기자.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주위에서 기자가 발견한 러브버그 떼. /사진=민수정 기자.



"작년보다 올해가 더 심한 것 같아. 2022년 러브 버그가 처음 왔을 땐, 벽면이 시커멨어."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서 10년 넘게 봉지 가게를 운영 중인 심모씨(70대)는 27일 오전 파리채를 휘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심씨 가게 창문과 벽에는 러브 버그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러브 버그가 날아오를 때마다 심씨는 잡으려 애를 썼지만, 벌레가 워낙 많아 역부족이었다.

러브 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비행하며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졌다. 올해 러브 버그는 6월 중순부터 내달 초까지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을 옮기지 않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이지만, 생김새로 인해 시민에게 혐오감을 준다.

은평구는 2022년부터 러브 버그가 대발생한 곳이다. 이날 불광역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러브 버그를 찾을 수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계단에는 곤충이 날아다니거나 누군가 밟고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길을 걸어가다 러브 버그 떼가 얼굴을 치고 가기도 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백련산 주변으로 가자 더 뚜렷하게 러브 버그 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러브 버그 이야기에 은평구 자영업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떡집 사장 김모씨(50대)는 "새벽에 나올 때도 보인다"며 "가끔 판매대에 올려져 있는 상품에 벌레가 앉아있어 손님이 보기에 안 좋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5일 전부터 본 것 같고, 저녁에 특히 심하다"며 "약국에도 들어와 영업 운영을 방해해서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 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비행하며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졌다. 올해 러브 버그는 6월 중순부터 내달 초까지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을 옮기지 않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이지만, 생김새로 인해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시각물=김지영 디자인 기자.

러브 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비행하며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졌다. 올해 러브 버그는 6월 중순부터 내달 초까지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을 옮기지 않고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이지만, 생김새로 인해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시각물=김지영 디자인 기자.



곤충을 볼 수 있는 곳은 은평구뿐이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북권 일대로 퍼져 있던 러브 버그는 현재 구로구·양천구 등 남서권 쪽으로도 퍼지는 추세다.

시민들은 제각각 러브 버그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부분 시민은 지난해보다 더 많이 눈에 띈다고도 했다. 강북구민 박모씨는 "집과 회사 등 생활 전반에서 모두 출몰 중인 것 같다"고 말했고, 관악구민 김모씨는 러브 버그 때문에 얼룩진 옷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제(26일) 길을 걷다가 5~6번 정도 몸에 러브 버그가 붙었다"고 했다. 인천시민 오모씨(50대)는 "차를 타고 어딜 다녀와도 차에 벌레가 잔뜩 붙어있다. 내려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서울 전역으로 퍼져가는 탓에 러브 버그 방제 요청 민원도 나날이 증가한다. 시에 따르면 관련 민원은 2023년 4418건에서 지난해 929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각 자치구는 러브 버그 방역에 힘쓰고 있다. 은평구의 경우,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화학적 살충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물에 약한 특성을 이용해 매일 살수(물 뿌림) 방제를 시행하거나 환경부와 협업해 광원·향기 유인제 포집기 등을 백련산과 북한산 일대에 설치했다.

전문가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러브 버그뿐만 아니라 대다수 곤충 출연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질이 좋은 물속에서 유충이 자라기 때문에 러브 버그가 많이 발견되는 건 되레 환경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러브 버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곤충을 먹는 물고기 등 천적이 생존하기엔 아직 부족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철 부산대 환경생태학 교수는 "다른 생물이 같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은 아직 성립되지 않으니 특정 생물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즉 생태계가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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