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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미국이 지켜볼 라이벌전” 입장권 1460만원까지 폭등

조선일보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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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미국이 지켜볼 라이벌전” 입장권 1460만원까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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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자농구 클라크·베커스 첫 맞대결… WNBA 역대 가장 비싼 경기
페이지 베커스(좌) 케이틀린 클라크(우)

페이지 베커스(좌) 케이틀린 클라크(우)


오는 28일(한국 시각), 미 여자 프로 농구(WNBA) 28년 역사에서 가장 비싼 입장권 기록을 세운 경기가 열린다. 일반석은 255달러(약 35만원), 코트 바로 옆 좌석은 5000달러(약 677만원)가 넘는다. 티켓 재판매 사이트 ‘스터브허브’엔 골대 바로 뒤 좌석이 1만803달러(약 1462만원)에 올라왔다. 미 프로 농구(NBA) 정규 리그에서 가장 비싼 좌석이 1500~2000달러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 경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미국 스포츠 팬의 관심이 집중된 케이틀린 클라크(23·인디애나 피버)와 페이지 베커스(24·댈러스 윙스)의 프로 첫 맞대결이다. 클라크는 2024년, 베커스는 올 시즌 W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여자 농구계의 수퍼스타다. 키(183cm)와 포지션(가드)이 같다. 클라크가 장거리 3점슛과 폭발적인 돌파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린다면, 베커스는 냉정한 경기 운영과 정확한 미들슛으로 상대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둘의 라이벌 구도는 고등학생 때인 2019년 시작됐다. 베커스는 미국 U-19(19세 이하) 대표팀에서 빼어난 기량을 뽐내면서 세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다. 클라크도 같은 팀에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둘은 모두 농구 명문 코네티컷대 입학을 원했으나, 선택받은 건 베커스였다. 클라크는 아쉬움을 삼키고 아이오와대로 향했다. 대학 무대 첫해, 베커스는 ‘역대 최고의 1학년’이라는 평과 함께 AP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전세는 2학년 때 바뀌었다. 베커스는 잇따른 무릎 부상으로 두 시즌 동안 제대로 뛰지 못했다. 반면 클라크는 괄목상대했다. NCAA(미대학스포츠협회) 여자 농구 1부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7득점 8어시스트로 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클라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장거리 3점포를 앞세우는 화려한 백인 선수라는 점이 인기에 한몫했다.

클라크의 마지막 대학 경기였던 사우스캐롤라이나대와 벌인 결승전은 시청자 수 1870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미국 스포츠 중계 중 미 프로 풋볼(NFL), 올림픽, 월드컵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였다. WNBA에서도 돌풍은 이어졌다. 데뷔 시즌 WNBA 퍼스트팀(베스트 5)에 선정됐고 신인왕도 받았다.

지난 시즌 WNBA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53만명이었다. 대부분 클라크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22년 만에 최다이자, 1년 전보다 48%나 늘었다. 클라크가 경기를 위해 찾는 도시마다 티켓이 동났고,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클라크노믹스(Clarkonomics)’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경제적 파급력에 주목했다. 나이키는 여자 농구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2800만달러(약 384억원) 계약을 클라크에게 안겼다.


클라크가 WNBA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때 부상에서 돌아온 베커스는 대학 무대에 남아 더욱 실력을 키웠다. 결국 코네티컷대를 NCAA 정상으로 이끌면서 열매를 맺었다. 개인 기량은 화려하지만, 팀을 우승까지 이끌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 클라크로서는 부러운 성과다.

올 시즌 WNBA에 입성한 베커스는 클라크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시즌 클라크가 세운 WNBA 신인 기록을 차례로 경신하고 있다. 신인으로서 가장 짧은 기간인 11경기 만에 통산 200득점 50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이전에는 클라크의 12경기였다. 지난 12일 클라크의 신인 최다 득점(35점) 기록에도 타이를 이뤘다.

둘의 대학 시절 맞대결 성적은 1승 1패. 프로 무대에서는 누가 먼저 웃을까. 미 야후스포츠는 “미국 전역이 둘이 처음 프로에서 만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채널을 맞출 예정”이라 전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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