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충일인 6월 6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디데이(D-day)’이기도 하다. 그 60주년을 맞은 2004년,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독일 정상으로는 최초로 노르망디를 찾아 연합국 정상과 나란히 기념식에 참석했다. 독일에서 비판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슈뢰더는 이날의 역사는 외면해도 되는 타자의 역사가 아니며, 독일의 현재를 생각할 때 반드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독일의 역사’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을 ‘위대한 화해의 날’이라 불러 슈뢰더의 방문에 화답했고, 한층 공고해진 독·불 파트너십은 유럽 통합 가속의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시간이 같은 한 갑자(甲子) 흘렀지만, 한일 간에는 1969년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주한 대사가 제50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일화 정도가 알려져 있다. 가나야마 대사는 기념식 참석에 대해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한국과 잘 지내기로 해놓고 한국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다만 이 일로 본국의 질책을 받았다고 하니 이를 국가 대 국가의 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난 60년 동안 두 나라 사이에 경제, 문화, 관광 등의 교류에서는 꾸준한 진전이 있었지만, 과거사와 영토 문제가 언제든지 관계를 흔들 수 있는 기본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의 부상(浮上), 미·중 갈등, 북한 문제 등 지역 정세에 대한 인식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현 세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이고 지혜다.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현 세대의 최소한의 책무라는 데에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언젠가 두 나라가 ‘위대한 화해의 날’을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시간이 같은 한 갑자(甲子) 흘렀지만, 한일 간에는 1969년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주한 대사가 제50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일화 정도가 알려져 있다. 가나야마 대사는 기념식 참석에 대해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한국과 잘 지내기로 해놓고 한국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다만 이 일로 본국의 질책을 받았다고 하니 이를 국가 대 국가의 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난 60년 동안 두 나라 사이에 경제, 문화, 관광 등의 교류에서는 꾸준한 진전이 있었지만, 과거사와 영토 문제가 언제든지 관계를 흔들 수 있는 기본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의 부상(浮上), 미·중 갈등, 북한 문제 등 지역 정세에 대한 인식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현 세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이고 지혜다.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현 세대의 최소한의 책무라는 데에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언젠가 두 나라가 ‘위대한 화해의 날’을 맞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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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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