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첫 시정연설 “경제 절박, 지금이 추경 타이밍”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일어서서 맞았지만 연설을 들을 땐 한번도 박수를 치지 않고 굳은 표정을 지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뒤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30조5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설명하며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추경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추경안에는 전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지원하는 약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예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대내외적 복합적 위기 상황을 조목조목 짚으며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라며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주시기 바란다”며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뒤 첫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치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더불어민주당은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이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뜻을 같이한다”며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추경의 조속한 처리에 온 힘을 다하겠다”(문금주 원내대변인)고 화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용 추경’ ‘포퓰리즘 추경’과 같은 방향과 방식이 잘못된 추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진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심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박성훈 원내대변인)는 입장을 내놨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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