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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훈련시켜 야생동물 잔혹 사냥… 판사도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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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훈련시켜 야생동물 잔혹 사냥… 판사도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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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노루 사체의 목에 밧줄을 매달고 사냥 훈련을 시키는 장면. /제주자치경찰단

죽은 노루 사체의 목에 밧줄을 매달고 사냥 훈련을 시키는 장면. /제주자치경찰단


진돗개로 야생동물을 사냥하게 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동호회 회원에게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2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판사가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꾸짖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 1단독(재판장 김광섭 부장판사)은 이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5)씨와 B(31)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제주시 중산간 일대와 경기도 군포·수원시 일대 야산에서 125차례에 걸쳐 오소리·노루·사슴·멧돼지 등 야생동물 160여 마리를 잔인한 방법으로 불법 포획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A씨와 공모해 8차례에 걸쳐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제주자치경찰단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훈련한 진돗개를 동원해 야생동물을 물어뜯게 하거나 특수 제작한 흉기로 동물의 심장을 찌르고 돌로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불법 포획했다. A씨는 이런 사냥 장면을 촬영해 진돗개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했으며, 불법 포획한 야생동물 중 오소리와 노루·사슴 뿔을 건강원에 맡겨 가공품으로 만들어 먹거나 지인들에게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은 인적이 드문 밤에 주로 이뤄졌다. 피고인들은 운반 중 검문 과정에서 범행이 발각될 우려가 있는 노루·사슴·멧돼지 등의 사체는 현장에서 가죽을 벗겨 개들의 먹이로 사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를 이용한 사냥은 영상 없이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됐을 때 ‘산책 중 개들이 우연히 야생동물을 공격했다’는 식으로 답변 방법을 사전 모의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범행을 부인했다고 한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작년 10월 이들의 범행 관련 제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제주지검 수사 지휘를 통해 범행이 촬영된 영상 약 500건을 확보해 범행 혐의를 입증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그 횟수나 피해 야생동물이 너무 많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들에게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너무 잔인하다”고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7월 17일 이뤄질 예정이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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