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월드컵 조별리그 전패…두꺼운 수비벽 쌓고도 승점 획득 실패
김영권 "사우디는 좋은 외국선수들 데려와…경쟁력 위해 투자해야"
김영권 "사우디는 좋은 외국선수들 데려와…경쟁력 위해 투자해야"
세계와 격차 절감한 울산 |
(신시내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 HD가 세계적 명문이 모인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는 조금도 기를 펴지 못했다.
울산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마지막으로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최종 성적은 3전 3패다.
F조에서 그나마 약체로 평가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멜로디 선다운스에 첫판부터 0-1로 졌다.
마멜로디를 울산보다 강팀이라 인정한 코칭스태프는 포백이 아닌 웅크리는 전술의 스리백을 꺼냈으나 승점을 따지 못했다.
FIFA 데이터상 울산은 첫판부터 대부분 경기 지표에서 밀렸다.
울산의 공 점유율은 30%였다. 마멜로디가 62%였고, 8%는 경합이었다.
슈팅 수도 8-14로 상대가 우위였다. 울산으로는 두껍게 쌓았던 중앙 수비가 상대의 속도와 개인 기량에 뚫린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멜로디는 전체 공격의 65%를 중앙에 집중했고, 핸드볼·오프사이드로 취소된 득점을 포함해 세 차례나 골망을 흔들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이 쉽지 않음을 느낀 울산은 마멜로디보다 강팀인 플루미넨시(브라질)와 벌인 2차전에서는 에릭, 엄원상을 제외한 나머지를 후방 깊숙한 곳까지 내려 극단적으로 수비에 치중했다.
울산과 플루미넨시의 경기 지표 |
공 점유율은 28%로 1차전보다 줄었고, 슈팅은 26개를 허용했다. 플루미넨시는 무려 42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기술 좋은 브라질 선수들과 경합을 좀처럼 이겨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플루미넨시가 울산을 그라운드 반쪽에 가둬둔 채 공세를 편 모양새가 됐다.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오르고 독일 분데스리가 4위를 차지한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에만 슈팅 수 0-20으로 일방적으로 밀린 울산은 선방 쇼를 펼친 골키퍼 조현우가 없었다면 0-1보다 훨씬 큰 점수 차로 질 뻔했다.
김판곤 감독은 K리그 팬들에게 자부심을 주겠다고 출사표를 올렸으나 최초로 32개 팀이 나선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와의 현격한 격차만 확인했다.
우리나라 토양에서 나온 최고 재능들이 모두 유럽으로 향하는 흐름에서 세계적인 팀과 당당히 맞서려면 기량이 뛰어난 이들을 밖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실제로 K리그 구단 대부분이 외국 선수에게 에이스 역할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조차 사실은 세계 각국 리그에서 중용되지 못해 K리그로 흘려온 경우가 많다.
지난 3월 입단해 울산의 골잡이로 떠오른 에릭도 플루미넨시가 경쟁하는 브라질 1부리그를 짧게 경험하고 K리그로 넘어온 사례다.
클럽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새 판이 마련된 만큼,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는 구단이 뜻대로 전력을 증강하도록 틀을 마련하는 게 리그의 숙제로 남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외국 선수 제한 규정을 폐지해 구단에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HD 선수들 |
K리그1에서는 외국인 선수 6명을 보유할 수 있고 그중 4명만 출전할 수 있다.
연맹은 3년 전부터 외국인 보유 확대를 검토해왔으나 아직 뚜렷한 변화를 주진 않았다.
리그 차원의 개선 노력이 없다면 울산이 초라하게 고개를 떨군 이번 클럽 월드컵이 K리그 팀이 참여한 마지막 대회일 수 있다.
울산은 FIFA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배분한 대회 출전권 4장 가운데 마지막 티켓을 받았다.
4년간 AFC 챔피언스리그(ACL)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연맹 랭킹'에서 우승팀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 무대 사정이 급변했다.
유럽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히는 선수들을 잔뜩 데려온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ACL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프로리그는 2024-2025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10명으로 늘렸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8명이다.
일본 축구계에서는 최상위 리그에 한정해 외국인 출전 제한까지 아예 없애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J리그는 2019년부터 외국인 보유는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출전 선수 수만 제한했다. 현재 J리그1에서는 외국인 5명이 출전할 수 있다.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은 도르트문트전 직후 "사우디는 투자해서 좋은 외국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는데, K리그도 투자 측면에서 준비해준다면 우리가 세계적인 팀과 더 경쟁력 있게 싸울 것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K리그 팀이 더 올라서려면 그외에도 여러가지 요소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부분이 발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알나스르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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