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노폴스키 뉴욕 필하모닉 대표
17년 前 악단 부대표로 남북 방문
오늘부터 사흘간 인천·서울 공연
17년 前 악단 부대표로 남북 방문
오늘부터 사흘간 인천·서울 공연
타르노폴스키 뉴욕 필하모닉 대표. /연합뉴스 |
“2008년 방북(訪北) 초청장을 팩스로 전달받고서도 믿을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뉴욕 필하모닉의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55)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11년 만에 성사된 뉴욕 필의 내한 공연을 맞아서 25일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였다. 1842년 창설된 뉴욕 필은 미 최고(最古) 역사의 음악 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방문 당시 악단의 공연 기획 부대표였던 타르노폴스키는 남북한을 모두 방문했다. 그는 간담회 직후 짧은 문답에서 “뉴욕 필은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악단”이라며 “특히 평양 공연 당시 앙코르로 아리랑을 연주했을 때 북한 관객들이 눈물 흘리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가 이번엔 대표로 ‘승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스페인과 남미 음악 전문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18~2024년 그는 미 동부의 또 다른 명문 악단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대표를 역임하면서 미 음악계의 대표적 행정가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이 악단의 1973년 중국 방문 50주년을 기념해서 중국 투어를 성사시켰다. 뉴욕타임스는 “관객 개발과 후원 유치를 통해서 2011년 파산을 겪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재정 회복에 기여했다”고 평했다.
지난 1월 뉴욕 필의 대표로 ‘친정’에 복귀했다. 타르노폴스키는 “팬데믹 기간 미 오케스트라들도 깊은 상처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이를 통해서 음악은 단원과 지역, 청중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현재 뉴욕 필은 일종의 ‘과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22년 전용 음악당인 데이비드 게펜 홀을 리노베이션 공사를 거쳐서 재개관했으며, 내년에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음악 감독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오케스트라는 다재다능한 음악인들과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서 과감하게 모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의 지휘봉을 잡는 핀란드 작곡가이자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을 그런 사례로 꼽았다. 뉴욕 필은 살로넨의 지휘로 26일 아트센터인천,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 차례 공연을 갖는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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