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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20] 문학인 김현을 아시나요

조선일보 이응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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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과거에서 보내는 엽서][20] 문학인 김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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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6월 26일 밤 나는 출판사 ‘문학과 지성’ 부근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내일 27일 새벽 문학비평가 김현 선생이 숨을 거둔다. 1942년생이니, 35년 전의 평균수명으로도 너무 짧은 생이지만 그는 문학적 동지들과 함께 ‘문학과 지성’사(社)를 만든 것 말고도 보통 사람 수십 곱절의 일들을 해냈다. 내가 대학생일 적에는 ‘최소한’ 인문계열의 한국 대학생들이 문학비평가 김현을 모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세월은 상처를 희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간직하고 싶은 것들까지 휩쓸어 가 버린다. ‘시간’이 신(God)이고, ‘변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다. 세상은 변했고, 그 시대 그 시절 어떤 작가들과 어떤 독자들이 사랑하던 문학은 희미한 추억으로 남았다. 언젠가는 그 추억의 내용마저 시간의 배수구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추억해주던 사람들도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마는 걸 그때는 왜 그 일에 인생을 바쳤던 것일까?’ 혼자 가끔은 이런 쓸쓸한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게 인생이다.

1990년 겨울에 등단한 나는 생전의 김현 선생을 직접 뵙지는 못했으나, 이후 35년 동안, 가깝거나 먼 거리에서 선생과 지냈던 많은 이들로부터 선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문학적 업적은 물론이요, 문학인 김현에 대한 평가는 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그저 선생을 스쳐 지나갔거나 나처럼 선생을 글로만 접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는 문학이 문화 권력의 중심이었다. 그런 문단의 막강한 권력자에 대한 작가들의 사후(死後) 평가로서는 희귀함을 넘어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평가 집단이, 평소 무슨 가면을 쓰고 다니든 간에, 성격 비뚤어지기로는 독보적 1위인 ‘작가’들이니만큼 더 그렇다.

존경받는 것과 사랑받는 것은 다르다. 김현은 ‘현역’ 작가들에게 거의 총체적으로 ‘사랑받는’ 문학 비평가였다. 문학은 인간의 자기 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고 그는 자신의 책에 썼다. 살아 있다면 84세다. 그는 지금의 우리를 보고 무슨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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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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