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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김민석 총리 동의해야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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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김민석 총리 동의해야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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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정권교체 뒤 첫 국무총리 국회 임명동의는 언제나 시끄러웠다.



1997년 12월18일 대선에서 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연립정부 구성과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합의문은 “대선 후보는 김대중 총재로 단일화하고, 집권 시 총리는 자민련 측에서 맡도록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국민이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국무총리’ 체제를 승인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김종필 국무총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몽니였다. 의석은 한나라당 161, 국민회의 79, 자민련 43, 국민신당 8, 무소속 3석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했다.



1998년 3월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한나라당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백지 투표’를 했다. 의원들은 기표소에 들어가는 시늉만 하고 기표를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의 항의로 투표가 중단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3월3일 김종필 총재를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했다.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15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끝난 뒤 8월17일에야 가결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총리 임명동의를 재요청하는 형식으로 재투표를 한 것이다. 찬성 171표, 반대 65표였다.



2008년 2월29일 한승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석은 한나라당 130, 통합민주당 141, 민주노동당 9, 자유선진당 8, 무소속 8, 기타 2석이었다. 통합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자유투표를 선택했다. 정권교체 뒤 발목잡기로 비치면 역풍이 불 것을 걱정한 것이다.



결과는 찬성 174표, 반대 94표였다. 야권 의원 44명이 찬성한 것으로 계산됐다. 그런데도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흔쾌한 동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고마움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었다.



2017년 5월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찬성 164표, 반대 20표로 가결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낙연 총리 임명에 강하게 반대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2022년 5월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찬성 208표, 반대 36표로 가결됐다. 167석의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세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당론 찬성을 결정했다. 6월1일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정권이 바뀐 뒤 첫 국무총리 국회 임명동의에서 보수 정당은 무조건 반대했고, 민주당은 매번 협조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국회 인사청문회가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민석 후보자의 재산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장인상 조의금, 두차례 출판기념회, 장모 증여’라는 김민석 후보자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불투명한 전세·금전 거래 의혹, ‘아빠 찬스’ 의혹, 학위 관련 의혹도 제기됐지만, 말 그대로 의혹 수준을 넘지 못했다.



김민석 후보자의 비리 의혹은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들과 비교해도 별로 무겁지 않다. 바로 직전 한덕수 총리는 공직과 로펌을 회전문처럼 드나든 사람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52개월간 20억여원을 받았다.



김민석 후보자는 머지않아 국무총리로 임명될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상황이 2017년 이낙연 총리 때와 비슷하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판단과 선택이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 투표라는 두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5일 “도덕성도 능력도 부족한 후보자”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남은 절차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임명동의 투표에도 찬성 당론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민주당은 3년 전 한덕수 후보자 임명에 찬성했다. 국민의힘이 빚을 갚을 차례다. 둘째, 국민의힘을 위해서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 재건을 위한 호흡 조절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의 결단을 기대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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