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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에 누명 벗었지만 3명은 이미…” 납북됐다가 국보법 유죄 받은 어민들의 재심

매일경제 지홍구 기자(gig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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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에 누명 벗었지만 3명은 이미…” 납북됐다가 국보법 유죄 받은 어민들의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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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재판부, 1969년 유죄 판결 뒤집어
“공소사실 인정 증거 없다”며 무죄 선고


인천지법 전경. <지홍구기자>

인천지법 전경. <지홍구기자>


서해 조업 중 납북됐다 귀환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4명에게 재심 법정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56년 만에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명예 침해가 회복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이창경 판사는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과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심모씨(83) 등 4명에게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명 가운데 생존자는 심 씨뿐이고, 1931년∼1934년생인 다른 3명은 무죄 선고 전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심 씨 등은 1967년 10월 12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상어잡이를 한다며 서해안 어로한계선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탈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 중 심 씨 등 3명은 1969년 2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나머지 1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심씨와 사망한 3명 측 자녀는 법원의 과거 판결이 잘못됐다며 지난해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과거) 경찰 및 검찰 피의자 심문 당시 공소사실을 자백했고, 이후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들의 경찰 자백 진술은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거나 임의성 없는 증거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어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심씨 등 선원 20명은 북한 경비정에 납치돼 67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1967년 12월 17일 귀환했다. 이후 12월 19일까지 해군 함정에 억류돼 외부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조사받았고, 이후 인천경찰서로 인계돼 닷새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없이 가족 면회가 금지된 상태에서 구금당했다.

재심 재판부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한 후 검찰 조사에서도 여전히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돼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했을 것으로 강한 의심이 들고, 달리 그러한 의심을 해소하고 그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진술에 대해서도 “불법 구금 상태에 의한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고 피고인들의 의사결정 자유가 확실히 보장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상, 불법 구금과 법정 진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여전히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고, 달리 그러한 의심을 해소하고 그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부연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고의로 반국가단체의 불법 지배하에 있는 지역(북한)으로 탈출하거나 어로한계선을 넘어 조업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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