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각) 구호품이 실린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한 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라시드에서 주민들이 밀가루 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다. 자발리야/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진 24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40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 군인 7명도 가자지구 남부에서 폭발물 공격으로 사망했다. 전선을 가자지구로 좁힌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더욱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아침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에서 구호물자를 기다리던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에게 발포해 40여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시민과 의료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와디 가자 이남에서 구호 트럭 쪽으로 무리 지어 다가가던 사람들에게 발포했다. 근처 아우다 병원에만 사망자 25명과 부상자 146명이 이송됐다. 부상자 중 62명은 중태다.
목격자 아흐메드 할라와는 에이피(AP) 통신에 “그것은 학살이었다”라며 “우리가 달아나는 중에도 탱크와 드론이 발포했다. 많은 이가 죽고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발포는 남부 라파에서도 보고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운영하는 식량 배급소로 향하던 시민들에게 총을 쏴,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배급소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샤쿠시 지역에 모여들자 발포가 시작됐다고 시민들은 전했다. 목격자 아부 라즐리야는 가디언에 “이스라엘 군용차들이 다가와서는 배급을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총알과 포탄을 직사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5만6000명을 넘어섰다.
한편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서 장갑차를 타고 가던 이스라엘 군인 7명이 폭발물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이들이 타고 있던 장갑차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역 발포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와 달리, 라파 구호품 배급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군이 이란과의 휴전을 계기로 가자지구에 무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대이란 공습 이후 줄였던 가자지구 주둔 병력을 다시 늘릴 여력이 생긴 데다, 가자지구 공격을 밀어붙여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지율도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힘을 끌어와 적국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데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방위군 참모총장은 24일 “이제 초점은 다시 가자지구로 옮겨간다”며 “하마스(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섬멸하고 인질을 석방하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힘을 가자지구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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