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젊은 남성이 없다.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다. 올해는 현장 입장권 판매가 없었다. 예매만 받았다. 지난해 인파가 너무 몰려서 그랬다. 책과 사람에게 치여 숨이 막힌다는 불평도 나왔다. 관람객 조절을 했더니 또 불평이 나왔다. 책과 사람에게 치여 숨이 막혀도 좋다는 불평이다.
도서전에 간 모두가 한 가지를 지적했다. 젊은 남성이 없다. 관람객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었다. “남자 화장실은 텅텅 비었더라”는 탄식도 나왔다. 남성이 용변 욕구를 특별히 더 잘 참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젊은 남성이 책을 덜 읽는 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출판계가 현상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진화적 차이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여성은 이야기 중심 독서를 좋아한다. 픽션이다. 남성은 정보 중심 독서를 좋아한다. 논픽션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출처가 뭐냐”며 싸우는 대부분이 남성인 걸 생각해 보면 그럴 법하다. 논픽션은 픽션보다 인터넷과 영상으로 대체하기가 수월하다. 책을 살 이유가 준 것이다.
나는 남성 대표는 아니다. 가진 책 절반 이상이 논픽션이긴 하다. 문과 주제에 ‘다리 구조 교과서’ 따위 책을 사서 읽고 있다. 잠깐 대표 노릇을 해보자. 어린 시절 인생을 바꾼 책이 뭐냐 물으면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라 말하곤 했다. 멋있어 보이려 그랬다. 실은 초등학교 시절 선물받은 리더스다이제스트 ‘20세기 대사건들’이다. 전자는 종종 다시 읽는다. 후자는 그럴 이유가 없다. 어린 나를 현혹한 올 컬러 사진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이기기가 어렵다.
다만 ‘20세기 대사건들’을 읽은 아이는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를 읽는 젊은 남성으로 클 수도 있다. 글맛이 있는 문학적 논픽션을 찾아낼 것이다. 남자아이들에게 읽지도 않을 문학 전집 대신 논픽션을 선물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숨에 독서율을 해결할 방법은 아니다. 단숨에 뭔가를 해결할 방법이라는 게 있던가. 베스트셀러 논픽션을 쓴 다윈 선생이 말했듯이 모든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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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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