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사설] 트럼프 ‘휴전 선언’, 깜짝쇼 넘는 진지한 합의 도출을

한겨레
원문보기

[사설] 트럼프 ‘휴전 선언’, 깜짝쇼 넘는 진지한 합의 도출을

속보
구윤철 "농축수산물 최대 50% 할인…2만원내 생필품 지원 '그냥드림' 확대"
지난 4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전날까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돌연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휴전’(ceasefire)이 성립했다고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휴전 소식에 반가움과 얼떨떨함이 교차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전쟁이 용케 중단된다 하더라도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인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 권한에 대한 이란-미국·이스라엘 간의 근본적인 입장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깜짝쇼’를 넘어,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는 진지한 외교를 통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2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이 전적으로 합의됐다. (휴전은) 약 6시간 뒤 현재 진행 중인 마지막 작전을 정리하고 완료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적었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국의 우다이드(우데이드) 기지를 공격해 전쟁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 낭보가 전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시간 뒤인 24일 새벽 1시께 “휴전이 이제 발효됐다. 이를 어기지 말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행 조건은 무엇인지, 만일 이를 어길 때 불이익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딜’(거래)에서 시작되고 끝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완전한 휴전이 이뤄진다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12일째에 끝나게 된다.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란이 9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농축도 60%의 우라늄(408.6㎏)을 확보했다는 정보 판단 때문이었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적이 대량살상무기를 갖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베긴 독트린’을 내세운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 본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지 않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장본인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노딜’을 통해 북핵 문제를 사실상 해결 불가능한 난제로 만들어버렸다. 부디 중동에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