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브랜드 합산 점유율 54.1%
中 넘어 한국·유럽·중동서 출하량 확대
후발주자 삼성·LG, 작년부터 中 추격
中 넘어 한국·유럽·중동서 출하량 확대
후발주자 삼성·LG, 작년부터 中 추격
올 2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로보락 론칭쇼’. [로보락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세계 로봇청소기 1위 로보락을 포함한 중국 4대 로봇청소기가 올 1분기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일제히 출하량을 크게 늘리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510만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과시했다.
업체별로 보면 1위부터 4위가 모두 중국 브랜드였다. 로보락이 전체 시장의 19.3%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로보락의 1분기 글로벌 출하량은 98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7% 증가했다.
2위엔 13.6%의 시장 점유율을 올린 에코백스가 이름을 올렸다.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69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3위와 4위는 각각 드리미(11.3%)와 샤오미(9.9%)가 차지했다. 상위 4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이 넘는 54.1%를 장악해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 집중 현상을 보여줬다.
중국 로보락이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선보인 ‘로보락 사로스 Z70’. 본체에 탑재된 로봇 팔이 솟아 나와 바닥에 떨어진 양말을 들어 옮기고 있다. 김현일 기자 |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한 ‘이구환신(以旧換新·낡은 것을 신제품으로 바꾼다)’ 정책으로 자국 시장에서 로봇청소기 판매가 늘어난 점이 중국 4대 브랜드의 강세를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판매 채널을 구축한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IDC에 따르면 로보락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독일,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모두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신제품 ‘S9 맥스V 울트라’와 ‘S9 맥스V 슬림’을 출시한 데 이어 로봇 팔이 달린 ‘사로스 Z70’까지 내놓으며 올 상반기에만 12종의 신제품을 쏟아냈다.
IDC는 로보락이 다양한 가격대에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글로벌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보락 외에도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에코백스는 러시아, 중동 등에 집중하고 있으며 드리미는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서유럽 국가에서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의 급부상으로 한때 로봇청소기 1위였던 미국 아이로봇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로봇은 1분기 글로벌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6% 감소하며 5위로 밀려났다. 시장 점유율은 9.3%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제품 업데이트와 기능 혁신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3월 공개한 2025년형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물통과 오수통이 없는 자동 직배수 방식의 모델(오른쪽)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다.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김현일 기자 |
그동안 중국산 가전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로봇청소기에서만큼은 유독 고가 전략을 고수해왔다. 로보락의 S9 맥스V 울트라가 184만원, 사로스 Z70은 200만원대다. 비싼 가격에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성능이 인정을 받으면서 오히려 프리미엄 가전으로서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처음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들에 아직 밀리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로봇청소기 신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양사의 신제품 출시는 전무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선도 브랜드들은 계속 R&D 투자를 늘리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 새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방식으로 중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지웠다”며 “선두 지위를 확보한 중국 업체와 경쟁하려면 가격이나 보안, 기술력 등의 면에서 우위에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