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78회 토니상 6관왕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박천휴 작가와 프로듀서 한경숙이 참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미국 연극 뮤지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주요 부문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토니 어워즈에서 수상한 최초의 사례다.
이날 박천휴 작가는 수상 이후 소감에 대해 "축하를 많이 받았다.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왔는데,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는 게 신기하더라.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것의 무게감,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수상을 기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뭔가 기대했다가 안됐을 때 실망감을 부여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하며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는 클레어 같은 성격이다. 후보 발표 됐을 때도 '설마 우리가 되겠어? 기대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상했을 당시에 대해서는 "그 날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너무 기쁘고, 어떤 면에서는 당황스럽고, 내가 이렇게 상을 받아도 되나 놀랍기도 했다. 오늘은 다 끝났으니까 집에서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어서 복잡미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성과에 대해 "많은 우연과 노력과 행운이 합쳐져야 하는 기회들이다. 그 순간마다 자잘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선 아무래도 제가 이민자고, 나이가 들어서 유학을 갔다. 한국식 악센트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이민자로서 어려움이 있다. 그들의 문화고 언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의 일부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작가로서 예민하게 할 때도 있다"며 "가끔 내가 왜 일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차라리 한국에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걸 견뎌내고 나니 한국인 극작가로는 최초로 이런 기회를 얻기도 했고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기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한 '어쩌면 해피엔딩'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박 작가는 "당시 내가 오래 사귄 친구와 헤어졌고, 친구가 암으로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내가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 받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다가 카페에서 노래를 듣게 됐다. '우리는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며 집에 가는 로봇들'이란 가사를 들으니 카페 사람 모두가 로봇 같아 보이더라. 이별의 상실감을 로봇으로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오는 10월 10주년 기념 공연에 나선다. 10주년 공연을 맡은 한경숙 프로듀서는 "박천휴 작가와의 만남은 하늘이 계획한 인연이 아니었나. 10년동안 끈끈하게 잘 이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처음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너무 감명 깊어 라이센스를 의뢰했었다. 10월에 다시 올라가는 공연을 통해서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뜻깊고 감회가 새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10주년 공연의 특징은 지난 10주년을 돌아보면서 아쉬운 부분을 새로운 극장에 맞춰서 보완해 나가려고 계획중이다. 한국 공연은 최대한 감성을 유지하고 최대한 감성을 유지하는게 좋겠다. 이번 기회에 '어쩌다 해피엔딩'을 알게 된 분들에게는 신선한 감성 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대본과 음악이 바뀌는 일은 없다. 저에게는 뜻깊다. 10년 째 하고 있는 공연을 브로드웨이에서 호응 얻었다고 굳이 바꾸고 싶지 않고 우리의 감수성을 지키면서 다시 한국 분들을 뵙게 되는 것이 설렌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처음 '어쩌면 해피엔딩'이 가지고 있던 핸디캡에 대해 "결과가 좋으니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처음엔 안 될 이유'라는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유명한 원작이 없다는 것, (주연 배우가)많이 알려진 배우지만 공연계에서 티켓파 워가 있는 배우라기보다는 젊은 배우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더 참신하게 다가왔던 거 아닌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로보트들이 캐릭터가 되고, 개막 전엔 이 공연이 안 될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로보트가 주인공이라고? 했는데 잘 된 상태에선 되려 그걸 참신함이라고 환호해주신 분들이 있다고 감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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