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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로봇들에게 이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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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로봇들에게 이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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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려 8개월 만에 죽은 친구 생각하며 썼다"
박천휴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 손석구·전미도"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도 잘 봤다고 편지 보내와"


미국 관객들이 '이 작품은 한국 원작 뮤지컬이야'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했다.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극본을 맡은 박천휴 작가는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작가는 "뮤지컬에 출연한 외국 배우들도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나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어봤다. '우리나라 문화를 어느 순간 미국 사람들이 공부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라며 뿌듯함을 전했다.

앞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K뮤지컬의 새 역사를 썼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 개발 지원작으로 선정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국내에서 초연했다. 이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다섯 시즌 동안 공연됐다. 2023년 11월에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브로드웨이 진출 계기에 관해 박 작가는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욕 공연을 말했을 때, 속으로 너무 물정을 모르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라며 "한국 공연을 마친 다음에 뉴욕에서 업계 관계자들만 모아서 낭독 공연을 했는데, 공연 후 2시간 뒤에 현지 관계자가 연락 와서 브로드웨이에 이 작품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며 펼쳐지는 독창적인 판타지 서사를 담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로봇 간의 사랑이라는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감정과 기계, 정체성과 공감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섬세하게 풀어내 국내외 관객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을 쓰게 된 계기에 관해 박 작가는 "당시 오랫동안 교제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가장 친한 친구가 암으로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라며 "참 힘든 시기였는데, 어느 날 카페에서 데이먼 알반의 노래 'Everyday Robots'를 듣게 됐다. 거기에 인간을 지칭하며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하는 로봇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참에 이별이나 상실의 아픔을 로봇들이 경험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집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인상적으로 본 뮤지컬로 알려졌다. 박 작가는 "감독님이 공연을 보고 너무 잘 된 게 행복하고 좋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이걸 영화로 만들자는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꼭 알려 달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박 작가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손석구를 꼽았다. 그는 "손석구 배우님은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 관해 관심 많다. 배우로서 너무 훌륭한 분인데 글쓰기 욕심이 있는 걸 보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경력의 크기에 상관 없이 신인 배우들에게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전미도 배우님에게도 큰 영감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박 작가는 "토니상 트로피가 내 초라한 식탁에 놓인 걸 보고 있으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눌리다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다"라며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쓰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투데이/송석주 기자 (ss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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