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
서울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A주식회사는 2009년 서울 강남구 대모산 근처 땅 6만4926㎡ 중 지분 약 18%를 경매로 얻었다. 이후 강남구가 대모산도시자연공원을 조성하면서 2021년 A사 토지 중 2만396㎡을 수용하고 손실보상금으로 약 16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A사는 토지 일부분이 공원에 편입되면서 나머지 땅(4만4530㎡)의 가치가 하락했다며 손실보상금을 증액해달라고 청구했다. 공원 사업 때문에 잔여지 접근성과 활용도가 떨어지고 실제 토지 가격이 하락하는 등 손해를 봤다는 취지였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A사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렇게 공익사업으로 소유지 중 일부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수용되면서 잔여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토지보상법에 따라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원은 잔여지 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줘야 한다며 A사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잔여지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얼마로 산정할지를 두고 1, 2심 판단이 갈렸다. 1심은 3531만원으로 판결했는데, 2심은 9억7561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대모산 공원 사업에 수용된 부분은 ‘임야’와 ‘전’으로 이뤄졌고, 잔여지는 전체가 ‘임야’였다. 수용된 토지의 단가가 잔여지보다 더 높았는데, 1심은 단가 차이를 반영했고 2심은 반영하지 않았다. 2심은 “전체 토지 단위면적(㎡)당 단가에 잔여지 면적을 곱하는 방식이 원칙”이라고 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심이 인정한 보상금 중 9억4030만원이 과다 산정됐다고 보고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수용 토지와 잔여지의 가치가 다른데, 일괄 합산한 뒤에 토지 전체 면적으로 나눠 단위면적당 가격을 산출하고 여기에 잔여지 면적을 곱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용 토지와 잔여지는 현실적 이용 상황 등 차이로 인해 가격이 다른 것이 분명해 1개 필지와 같이 단일한 가격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업 구역에 편입되기 전의 잔여지 가격은 토지 전부가 사업 시행 지구로 편입되는 경우를 상정하되, 전체 토지 가격에서 수용 토지 가격을 빼는 방식 등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잔여지 손실보상금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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