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희 기자]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6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넥슨 개발자 콘처런스(NDC 2025)'에서 글로벌 시장 변화 속 대형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국내 게임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공유했다.
24일 박용현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며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며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 게임업계의 흐름을 짚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겸 넥슨코리아 부사장이 24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S 2025'에서 기조강연을 맡아 '우리가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소라 기자 |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6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넥슨 개발자 콘처런스(NDC 2025)'에서 글로벌 시장 변화 속 대형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국내 게임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공유했다.
24일 박용현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며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며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 게임업계의 흐름을 짚었다.
박 대표는 먼저 게임업계의 과거를 설명하며 "초창기 게임 시장은 일종의 미개척지였고, 각 로컬 기업들이 저마다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을 나눠가졌던 시대가 있었다"며 "그 시기에는 문화적, 제도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웠지만 각자 자기 분야에서 신시장을 개척하며 빅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게임 시장에 대해선 일종의 정체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PC방 랭킹을 보면 2020년 이후에 나온 게임은 출시한 지 10년 넘은 게임들 위주"라며 "글로벌 라이브 시장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정체의 조짐이 보인다. 작년 기준으로 스팀 랭킹에 새로 올라온 게임은 겨우 2개였다"고 설명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겸 넥슨코리아 부사장이 24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S 2025'에서 기조강연을 맡아 '우리가 빅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서미희 기자 |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월 매출 20위 내 신규 진입 타이틀 수가 현저하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은 차트 오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박 대표는 "모바일게임의 더 큰 위기는 게임 시장 바깥에서 오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시장에서 게임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틱톡과 유튜브는 이미 게임의 점유율을 넘어섰고, 모바일 게임의 경쟁자는 이제 다른 앱들이고 이는 기존 게임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패키지 게임 시장도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AAA 게임의 개발 비용이 폭증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마블 스파이더맨 2'의 개발비는 5년 사이 3배 증가해 4619억원에 달했으며, '콜 오브 듀티'엔 1조2000억원이 소요됐다.
박 대표는 "이처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기업들은 서로의 시장을 넘보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차기작을 모두 라이브 서비스로 전환했고, 중국 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도 기업은 소품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빅 게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말하는 '빅 게임'은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 온 대작이 아니라, '규모와 퀄리티 양면에서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타이틀'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중국와 동유럽 회사들은 이미 승부를 시작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검은 신화: 오공'는 약 600억원의 개발비로 2500만 장을 판매했고, 중국 외 시장에서도 750만장을 판매했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2'는 출시 당일에 BP를 달성한 바 있다.
늦었지만 아직 끝난 게임 아냐...대작 아닌 빅 게임 만들어야
박용현 대표는 "우리는 이들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아직 끝난 게임은 아니다"라며 "네 가지 이유로 우리가 아직 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개발사들이 가진 장점으로 실리콘밸리처럼 고비용 구조가 아닌 점 서구권 대비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점 케이컬처가 글로벌 트렌드인 점 대작 게임 개발 경험이 과거보다 많이 쌓인 점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이 장점도 개발비 상승, 해외 개발사의 라이브 서비스 역량 축적, 케이컬처 유행의 약화, 유저 기대치 상승 등의 이유로 이같은 장점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안전한 바다에서 벗어나 거친 대양으로 나아갈 때"라며 "기존 대작 기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강자와 경쟁할 수 있는 진짜 빅 게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것은 범선이었다면, 이제는 컨테이너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개발뿐 아니라 게임을 파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사전 등록, 이름 선점, 출시 2개월 전 마케팅이라는 방식에 익숙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훨씬 이른 시점부터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수년간 기대감을 쌓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예컨대 '디비전'은 출시 3년 전부터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내고 매년 새 영상을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돈 많은 빅 플레이어만 하는 게 아니라, 소규모 프로젝트도 1년 전부터는 기본적으로 트레일러를 낸다.
이런 방식은 개발팀엔 큰 부담이다.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예쁘게 꾸며 보여줘야 하며, 실제로는 출시된 게임과 트레일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특히 중국은 '원신', '검은 신화' 등으로 이러한 전략을 성공시켰고, 게임 출시에 앞서 전 세계의 기대를 끌어낸 후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언론이 계속 기사를 쓸 수 있는 매력적인 트레일러를 최소 1년 전부터는 내야 한다"며 "이를 잘 하고 있는 동네가 중국이다. 오공은 트레일러가 전세계 충격을 주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임이 되었고, 실제로 제품이 출시되고 난 다음에 글로벌에서 아주 크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글면서 "글로벌 시장은 (이른 트레일러 공개를 통한) 기대감을 몇년에 걸쳐 높여놓지 않으면 아예 팔리지 않는 시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퀄리티 측면에서도 과제가 많다. 단순한 그래픽뿐 아니라, 플레이, 애니메이션, 대화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 대형 게임사는 하나의 게임을 여러 지역 스튜디오가 나눠 개발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인다. 한 지사당 100명 규모, 전체로는 1000명 이상이 투입되는 구조"라면서 "우리도 처음 도전하는 이 스케일에선 익숙한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과 경험 등이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해본 적 없는 사이즈의 프로젝트, 우리가 몰랐던 판매 방식, 우리가 넘지 못했던 퀄리티 허들 등 그 모든 것을 넘어서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틀을 버리고 새로 배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안 되니까 뭔가 바뀌어야겠다는 걸 알아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일 때 뭘 바꿔야 하는지 빨리 알고 더많이 고칠 수 있다"며 "앞으로 3일 간 업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분들이 발표해주신다"며 "이번 행사가 서로 많이 배우고 알려줘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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