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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코스피 5000 특위’로 상법 개정 드라이브

조선일보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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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코스피 5000 특위’로 상법 개정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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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기 논란 법안 속도 낼 듯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기업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최근 상승세를 탄 증시에 자신감을 얻어, ‘개미 투자자’들이 지지하는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근 코스피 지수가 2021년 12월 28일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3000을 돌파했다“며 ”코스피 상승세는 국민 주권 정부 탄생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등이 시장에서 기대와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끝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은 그동안 당에서 상법 개정을 주도해온 오기형 의원이 맡는다. 김남근·민병덕·박상혁·이소영·이정문·김영환·김현정·박홍배·이강일 의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상법 개정에 뜻을 함께해왔다. 오기형 의원은 이날 “코스피 시장 열기가 기업 실적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대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개정안의 요지는 거수기 이사회가 아니라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 11월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것 외에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도입 ▲독립이사제 도입 등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개미 투자자의 발언력을 키우는 5가지 방안이 개정안에 담겼다.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소액 주주들과 학계 일각에선 “주주 이익이 보호되면 그만큼 증시에 돈이 몰릴 것”이라며 찬성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5가지 방안 중 ‘주주 충실 의무’와 ‘전자 주주총회’ 등 2가지만 포함된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 의석을 가지고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이 법안은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개선책 5가지를 다시 발표했고, 집권에 성공하자 여당으로서 본격 추진을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도 지난 20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때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지만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일부 특위 위원들은 당론보다 더 강화된 내용까지 요구하고 있다. 특위 소속 이정문 의원이 지난 5일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 대선 공약보다도 한발 더 나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에 대해 “소액 주주들의 경영 간섭이 심화되면, 회사의 거시적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배임죄가 기업인들을 점점 더 옥죌 것”이란 걱정도 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되면 이사의 정당한 업무 판단도 배임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회사 이사진에 대해 무차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도 ‘1주 1표’ 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고,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대해선, 해외 자본이 감사위원회를 장악해 기업 주요 정보를 국외로 빼돌릴 위험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우려에 오기형 의원은 “우려·보완 사항들 관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정하고 토론하고 있다”며 수정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조원 규모 ‘민생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한 다음, 상법 개정안도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 가운데서도 최우선순위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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