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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美 이란 공습에도 수위 조절…'북미 대화' 고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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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美 이란 공습에도 수위 조절…'북미 대화' 고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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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습 발표 하루 만에 입장 내
비난하면서도 적절히 강도 조절
"북미 대화 염두…상황 관리 차원"


북한이 23일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이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공습 담화 하루 만으로 통상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빠른 반응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북한이 23일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이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공습 담화 하루 만으로 통상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빠른 반응이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송호영 기자] 북한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담화 하루 만에 반응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통상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전례를 고려하면 이르다는 평가다. 다만 메시지 내용을 살펴보면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향후 북미대화를 고려한 '상황 관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북한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를 우방국의 입장과 외신을 인용하는 형태로 주민들에게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 공습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였지만 관련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러시아 외무성 대변인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을 우려한다'는 입장 등을 알리는 데 그쳤다.

이후 같은 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이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유엔(UN) 헌장과 국제법 규범들을 엄중히 위반하고 주권 국가의 영토 완정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대이란 공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대국민 담화(22일) 이후 하루 만이었다. 전례와 비교해 보면 비교적 이르다는 평가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기적으로도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발표는) 어제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북한은 공식적으로 관영매체에 보도되는 시점이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중동 사태와 관련해 미국을 겨냥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언급하긴 했지만 '미국과 서방의 지지후원을 받고있는 이스라엘' '전쟁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미국과 서방세력' 등으로 미국을 직접 가리키진 않았다. 20일 노동신문 기사에서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미국의 어떠한 군사적 개입도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북한은 이번 대미 메시지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이 직접 거론되지 않고, 형식 역시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의응답 정도에 그쳐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조치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고려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대응이 향후 북미 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미 연대의 핵심 축인 이란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AP.뉴시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대응이 향후 북미 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미 연대의 핵심 축인 이란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AP.뉴시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더팩트>에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내용은 수위를 조절한 느낌"이라며 "반응의 주체가 낮은 급의 대변인이며 반응의 형식도 성명, 담화가 아닌 질의응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명하지 않는 것은 수위 조절과 함께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원하는 것은 모두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북한이)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란 공습이)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좋은 환경은 아니기에 관련해서 (수위를 조절한)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 재개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위한 친서를 작성했지만 뉴욕 유엔(UN)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해당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이 이뤄진 날이었다. 미 백악관도 관련 보도를 부정하지 않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서신교환에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던 진전을 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대미 메시지에는 반미 연대의 핵심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부터 김 위원장은 직접 '신냉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미국 중심 진영에 맞서 '자주 진영'이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는데 그 핵심 국가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반미 진영 구축이)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데, 진영이 구축되면 자신들이 훨씬 더 유리한 환경에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미 메시지는) 북한이 선전전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고 앞으로도 관련된 얘기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s8814@tf.co.kr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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