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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로스트아크 '빛의 여정'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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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 로스트아크 '빛의 여정'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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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로아(로스트아크)야 아프지 마"

스마일게이트RPG MMORPG '로스트아크'가 2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열었다. '빛의 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전시회에는 그간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한 수많은 팬이 방문해 게임과 함께한 추억을 공유했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고통스러운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다. 기존 시즌 2에서 시즌 3으로 넘어오며 그간 누적된 각종 문제가 한 번에 터졌고, 이는 곧 이용자 대거 이탈로 이어졌다. 운영진은 사과와 함께 사후 대응책을 연일 발표하며 수습에 전념하고 있다.

로스트아크에 여전히 애정을 가진 팬들은 현장을 찾아 포토월 방명록과 풍등 체험 등에 "로아 아프지 마" "오래가자" 등 게임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최근 온라인 쇼케이스 '2025 로아온 썸머'를 통해 쇄신을 약속한 로스트아크다. 팬들의 바람대로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1부의 끝, 빛의 여정

직접 찾은 '빛의 여정' 현장에서는 로스트아크가 지난 7년 동안 만들어 온 방대한 이야기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론칭 7년 만에 최초로 개최하는 단독 미디어 전시회다. 상징성이 남다른 만큼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워커힐 호텔의 몰입형 예술 전시 공간 '빛의 시어터'를 대관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메인은 주 전시관에서 상영되는 미디어아트다. 21미터의 층고와 1500평의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홀에서 로스트아크의 세계관 배경 이야기가 펼쳐졌다. 핵심 등장인물 '사제 아만'의 이야기, 모험가가 아크를 찾아 반납하는 빛의 공간인 '트리시온', 신규 클래스 '발키리' 티저까지 다채로운 영상이 상영됐다.

오는 8월 20일 출시 예정인 카제로스 레이드 '종막: 최후의 날' 히든 티저도 공개됐다. 그간 최종 보스치고는 서사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들어온 카제로스의 서사를 더 강화하는 한편, 절망적인 강함을 부각하면서 이용자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시켰다.


특히 주 전시관은 건물의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파사드' 상영관으로 꾸며졌다. 단순히 단면의 정면 스크린에 국한하지 않고 360도, 심지어 바닥까지 스크린의 일부로 활용했다. 게임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트리시온의 광경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탄성을 내뱉은 관람객 A씨는 "3년 전 기상술사 출시와 함께 니나브 서버에서 게임을 시작해 이젠 최종 컨텐츠를 즐기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엘가시아 퀘스트 막바지, 트리시온 연출을 직접 보고 전율했던 기억이다. 지금 미디어 파사드 연출을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면서 벅차오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미디어아트 상영뿐 아니라 각종 로스트아크 관련 원화와 포토월, 컨셉 아트 등이 전시됐다. 고퀄리티 레이드로 이름 높은 게임답게 '모르둠', '나이트레아' 등 각종 레이드 보스의 컨셉 디자인과 원화도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은 미디어아트 관람 이후 자유롭게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전시장 외부에 마련된 굿즈샵은 굿즈 구매를 희망하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랜덤 키링이 특히 화제였는데, 신규 직업 '발키리' 키링을 뽑기 위해 5번 연속 키링을 구매했으나 '스트라이커'만 세 번 나와 절규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관람객들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분위기다.

커플이 함께 현장을 찾았다는 B씨는 "사실 마지막까지 관람을 고민했었다"면서도 "막상 오니 90분의 관람 시간이 절대 짧지 않았고, 특히 여자친구는 미디어아트 막바지 엘가시아 OST 'Sweet Dreams, My Dear'가 들리자 살짝 울기도 했다"며 웃음지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전시회를 오는 7월 6일까지 약 2주간 개최할 예정이다. 게임이 1부 스토리 종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이용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게임이 단순 게임을 넘어 '종합예술'로 우뚝 설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기도 했다.

"잘 할게요" 파격 변신 약속한 로아온

스마일게이트와 로스트아크가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가운데, 결국 로스트아크 IP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게임이 종합예술로 존재하고자 한다면 그 근간인 게임이 오래 흥행해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21일 미리 열린 '2025 로아온 썸머'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개선 가능성을 보았다"는 반응부터 "너무 늦었다"는 반응까지 천차만별이다.

먼저 로아온에서는 단순히 향후 패치 방향성만 예고한 것이 아닌, 그동안 방치된 수많은 문제점에 대한 운영진의 반성과 고찰이 담겨 있었다.

전재학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유저 이탈을 가속했던 보석 자율변환 시스템 도입과 잇따른 번복에 관해 "유저를 위한 명분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에는 번복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진과 유저 소통이 미흡한 문제 역시 좀 더 솔직한 표현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게임 '정상화' '성장 동기 부여'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급격한 골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 골드를 일부 귀속 골드로 전환하고, 신뢰도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한다. 골드 소비량에 따라 신뢰도를 쌓고, 거래 시 이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작업장 등으로 대표되는 게임 재화 현금거래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겠다는 강수다.

전투 분석기와 종합 전투력 수치, 랭킹 시스템도 적용해 자기 캐릭터의 강함을 수치화 할 수 있고 남에게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카멘 익스트림' '에기르' '낙원' 등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최종 콘텐츠를 다수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일련의 기조는 향후 카제로스 레이드를 넘어 2부 시점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1부 최종보스 카제로스를 물리친 모험가들은 기존 아크라시아 무대를 넘어 '알데바란의 바다'로 진입한다. 아크라시아 최대 제국이자 세계관의 핵심인 '세이크리아' 수도 '라사모아'에서 스토리의 시작을 끊을 예정이다.

기존 로스트아크식 선형 스토리 구조가 아닌, 탐험형 대륙으로 구성해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로스트아크는 신규 유저 유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 지원 역시 강화한다. '모코코 챌린지 익스프레스'를 통해 아이템 레벨 1660까지 한 번에 도달할 수 있으며, 전설 카드 세트, 귀속 골드 20만 골드, 희귀 보상 등이 계단식으로 지급된다.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개편과 성장 버프 확장도 함께다.

이런 다채로운 콘텐츠와 세심한 개선안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운영진의 진심이다. 1부의 마지막을 기념해 '빛의 여정' 전시회를 개최한 로스트아크인 만큼, '롱 런'을 통해 2부, 3부에도 이용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미 과도기의 홍역을 한 차례 치른 만큼, 향후 운영진의 진심 어린 소통과 합리적인 운영 방향이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IP 확장 첨병' 로스트아크 모바일, PC와 상생 성장 해야

로스트아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은 비단 원작 게임성 강화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IP 확장도 병행하며 PC 로스트아크뿐 아니라 로스트아크 IP 브랜드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첨병은 '로스트아크 모바일'이다.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최신 게임 개발 엔진인 언리얼엔진 5를 사용해 차원이 다른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다.

실제 게임성도 호평 일색이다. PC 원작의 큰 강점인 '레이드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모바일 만의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기자 역시 지난 6월 19일 로스트아크 모바일 비전 프리뷰 행사에 직접 참여해 게임을 시연해 보니, 콘텐츠 곳곳에서 원작의 익숙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발탄 레이드'처럼 과거 로스트아크 흥행몰이의 주축이 된 레이드를 모바일로 다시금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상당히 반가운 요소였다. 한때 원정대 6캐릭터로 발탄 버스를 운영했던 기억을 되살려 호기롭게 1인 '도전' 모드에 입장했으나, 원작의 헬 난이도 패턴을 그대로 구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쳤다.

레이드는 1인·2인·8인 플레이 모두 가능했다. 파티 인원이 부족할 경우 AI 용병이 자연스럽게 채워졌다. AI는 단순 공격을 넘어 회피, 버프, 상황 대응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원작 로스트아크 역시 최근 로아온에서 파티 매칭 구조 개편을 예고하며 '용병 시스템' 추가를 언급했는데, 그 단편을 모바일에서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모바일 전용 콘텐츠도 눈에 띄었다. 원작의 '타워'와 '카오스던전'을 로그라이크 장르와 혼합한 '카오스 브레이크'가 대표적이었다. 출퇴근길 전철이나 버스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다. 자동 전투를 기본으로 지원하지만 수동 조작도 병행할 수 있어, 단순히 '보는 게임'이 되지 않도록 구조적 설계가 이뤄져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기기 확장성이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이지만 핸드폰이 아닌 PC, 심지어 스팀덱에서까지 플레이 가능하다. 스팀덱으로 카오스 브레이크를 체험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무난히 플레이 가능했다.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겠다는 포석이다.


이처럼 원작 팬을 향한 헌사는 물론, 확장성까지 확보한 로스트아크 모바일이지만 우려점도 있다.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 가능성이다. 뛰어난 원작 구현도가 곧 원작 유저층의 IP 내 이동으로만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로스트아크 IP를 모르던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유입 수단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19일 현장을 찾은 기자 중 그간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지 않던 C 기자는 "로스트아크 모바일 가디언 4인 플레이를 해봤는데 정신없으면서도 도전적이고 재밌었다"며 "PC는 너무 어려워 보여서 시작을 망설였는데, 모바일은 조작부터 간편해서 도전해 볼 만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운영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달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원작 PC 로스트아크가 진정성 있는 소통과 유저 친화적 패치로 기조를 이어나가고,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모바일만의 새로움으로 신규 유저에게 어필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돼야 한다는 평가다.

로스트아크의 스토리는 총 3부작이다.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나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았다. 이제 1부에 불과하다. 과도기를 넘어 진정한 '빛의 여정'을 걸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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