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성장률 하락, 인구변화…‘사람’이 반전을 만든다 [세상읽기]

한겨레
원문보기

성장률 하락, 인구변화…‘사람’이 반전을 만든다 [세상읽기]

서울맑음 / -3.9 °
통계청이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지난 11일 경기도 하남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지난 11일 경기도 하남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희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준비 없이 출발한 새 정부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무겁다. 나라 안팎에 풀기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얼어붙은 내수,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 미국발 관세전쟁이 산업에 던지는 도전 등 눈앞의 급한 불을 끄는 일도 버겁다. 그렇다고 지금 당면한 문제에 매몰될 수도 없다. 5년 임기 전체와 그 이후를 내다보며 국가의 장기적인 과제를 풀어가는 노력도 게을리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풀어야 할 중요한 장기적인 과제의 하나는 오랜 기간 이어지는 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일이다. 새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성장’을 정책 목표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주된 방안으로 기술 발전과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공지능(AI) 100조원 투자, 글로벌 첨단 기업 육성, 중소·벤처 기업 지원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더하여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인적자본 축적과 탄력적인 인재 공급은 기술 진보를 통한 성장의 핵심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가파르게 진행되는 인구변화는 충분한 인력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축소와 생산성 저하는 장차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 정부 집권 기간에 본격화할 청년 인력의 가파른 감소는 이들에게 의존하는 기업과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줄어든 사람들이라도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인구변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사람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국가로 남아 있다.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장년층 고용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이웃 나라 일본보다 낮으며, 고학력·고숙련 장년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소위 ‘결혼과 출산의 페널티’로 불리는 노동시장의 불리함 때문에 많은 우수한 여성의 역량이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인구변화 대응과 경제성장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새 정부의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임기 동안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비교적 가까운 장래에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로 다음의 두가지를 제시할 수 있겠다. 첫째는 여성과 장년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을 10년 내로 적어도 현재의 일본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남성 대비 여성 생산성을 10년 안에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2047년까지 노동 인력을 약 360만명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파른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향후 20년간 노동 인력의 감소는 미미할 것이고, 인구변화가 초래하리라 우려되는 잠재성장률 저하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장년 인구 고용 확대와 생산성 개선은 노인 빈곤과 소득 크레바스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여성 고용 여건 개선은 결혼과 출산의 어려움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두가지만 들어보자. 첫째는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생애의 각 단계에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숙련·지식의 재충전과 전직·재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대학을 평생교육 기관으로 편입하여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정책도 유용할 것이다. 둘째는 여성과 고령자에게 친화적인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일자리는 다양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줄 것이다. 일-생활 균형 강화, 사회적 약자 채용, 청년 신규 공채 확대 등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주는 변화는 당장은 고용주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장차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사람은 여전히 중요한 경제성장의 원천이다. 인구가 줄어도 일할 사람이 늘고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 새 정부가 모든 국민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사회의 기틀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