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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심리의 ‘사회적 전염’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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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심리의 ‘사회적 전염’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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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다시 불안하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작된 아파트 투기 붐이 한강벨트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이런 양상은 8년 전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를 떠오르게 한다. 2017년 5월9일 대선 전후까지 몇개월간 잠잠하던 집값은 그해 5월 말부터 오름세를 탔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부동산 악몽에 시달렸다. 이번엔 시기가 더 이르다. 대선 전부터 오르기 시작한 강남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잡기에 실패한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집권 초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꺾는 데 실패한 게 한몫했다. 집값을 결정하는 데는 금리, 대출 접근성, 가구 수, 소득, 공급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집값이 한동안 오름세를 타면 더 오를 거라는 집단 심리에 빠져든다. 집을 가진 이는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고, 집이 없는 이는 지금 사지 못하면 영영 집 장만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빠져든다. 그래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빚까지 내어 ‘패닉 바잉’(불안과 공포에 빠져 매수에 나서는 행위)에 나서는 이들까지 나타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자산가격 거품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를 투기적 사고의 ‘사회적 전염’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그는 저서 ‘버블 경제학’에서 “모든 투기적 붐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요소는 붐이라는 가격 폭등 현상을 함께 지켜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사회적 전염’”이라고 말했다. 전염병학자들이 질병의 확산을 예측할 때 사용하는 수리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전염률이 퇴치율을 넘어서면 전염이 확산되는 것처럼, 투기적 사고의 사회적 전염도 같은 경로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요소들 때문에 낙관적 시각이 증가하여 결국 전염률이 퇴치율을 넘어서게 되면 그런 시각이 널리 퍼지게 된다. 대중들은 그 시각을 뒷받침하는 논쟁들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될 것이고, 곧 그 시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리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예상, 새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 등이 맞물리며 기대심리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과연 이런 기대심리를 꺾을 수 있을까.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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