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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피’ 1일 천하 만든 중동戰 폭풍…韓 증시 향방 가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목 [투자360]

헤럴드경제 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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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피’ 1일 천하 만든 중동戰 폭풍…韓 증시 향방 가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목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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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 2980대 기록 중
外人·기관 순매도로 하락세 주도…원/달러 환율 1380원대까지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WTI 배럴당 78弗까지 치솟기도
국내 증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엔 여전히 유보적
“대외 리스크에도 대내 호재…코스피 추세적 상승 동력 여전”
미국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 등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에 치닫자 23일 코스피가 3000선을 단숨에 내주며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오전 9시 5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6.29포인트 하락한 2985.55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 합성 촬영. 임세준 기자

미국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 등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에 치닫자 23일 코스피가 3000선을 단숨에 내주며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오전 9시 53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6.29포인트 하락한 2985.55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 합성 촬영.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천피’ 축포를 터뜨린 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코스피 지수 3000선이 붕괴했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으로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극대화란 초대형 악재가 터진 탓으로 읽힌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선 미국-이란 간 전면전 발발에 따른 군사 충돌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 가능성이 여전히 유동적이란 분석에 힘을 실으며 비관보단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며 증시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피, 하루 만에 ‘삼천피→이천피’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1.91포인트(1.06%) 내린 2989.93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64포인트(0.98%) 내린 2992.20으로 출발해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8%(44.10포인트) 오른 3021.84에 장을 마치며 3년 5개월 만에 3000선을 넘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1년 12월 9일(3029.57)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각각 3726억원, 37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내림세를 주도 중이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는 4711억원 규모로 팔자세를 보인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후 처음 열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9.40원 오른 1375.0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확대 중이다.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14.60원 상승한 1380.20원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 부담을 확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면서 달러 강세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험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달러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99.212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 등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에 치닫자 23일 코스피가 3000선을 단숨에 내주며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오전 9시 52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4.26포인트 하락한 2987.58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미국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 등으로 중동 불안이 최고조에 치닫자 23일 코스피가 3000선을 단숨에 내주며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오전 9시 52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4.26포인트 하락한 2987.58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4.54포인트(1.84%) 내린 776.99다. 지수는 전장 대비 11.86포인트(1.50%) 내린 779.67로 출발해 낙폭이 커졌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57억원, 143억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은 1182억원 순매수 중이다.


‘삼천피’를 달성했단 환호성이 불과 ‘1일 천하’에 그친 가장 큰 요인은 중동 전쟁이랑 대외적 지정학 리스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동 상황은 예상할 수 있는 안 중 ‘워스트(worst, 최악)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22일 정은보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장운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증시 영향을 점검하고 사이드카·변동성완화장치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시 시행해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개입으로 중동 리스크가 연장됐다”며 “안전자산 비중 확대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하며 코스피에 단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봉쇄는 최악 시나리오…실현 가능성 아직”
국내 증권 전문가들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사안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돌입하며 20% 규모의 글로벌 원유·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수그러들었던 물가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최근 우려를 키웠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의 등장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와 주요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전날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다만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2일(현지시간) 오후 7시 50분 현재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2.56% 오른 배럴당 75.7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개장 직후엔 배럴당 78.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WTI 가격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개시된 이후 약 13% 오른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되는 중동산(産) 원유·LNG의 비중이 70% 이상 수준에 이르는 한국의 경우 봉쇄 현실화 시나리오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의 관점에선 전쟁의 확산보다 더 주시해야 할 점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며 “현실화 시 공급망 충격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심화할 시나리오가 가장 최악”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하고 높은 수준의 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데다,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하는 한국 증시는 조정의 빌미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지도. [로이터]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지도. [로이터]



다만, 여전히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유보적이란 목소리가 더 크다. 미국과 장기전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에도 타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자산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빠른 개입으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재 중동 상황을 고려할 때 ‘이란 정권 교체 시도’ 등 극단적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당장 유가는 연고점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추후 실질적인 공급 차질 부재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미국 셰일의 회생으로 다시 안정권에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영 연구원이 꼽은 ‘안정권’은 서부텍사스유(WTI) 배럴당 75달러 이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이란의 미사일 소모가 상당하고 방어막이 사실상 사라져 전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경계와 헤지가 필요하지만 (코스피) 유동성 랠리는 아직 유효해 보인다”고 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키로 했다는 외신 보도도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중 이란과 미국의 상호 대응 뉴스가 증시 변동성을 유발하겠지만, 위험자산 매도 확대보다는 관망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여전히 정책 모멘텀은 유효하며 25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감도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 시, 지수 상방 압력은 남아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천피’ 돌파를 통해 들뜬 분위기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단기 등락 등 ‘조정세’를 거치더라도 올해 하반기엔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 이슈에 따른 조정은 오히려 대내적 정책 기대에 따른 대기 자금 유입을 자극할 것”이라며 “달러 약세와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수출 증가율이 점차 회복될 것이란 점,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와 장기 배당 성향 확대 등 정부의 친(親)시장 정책 등에 힘입어 2026년 상반기까지 코스피 3600포인트 도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연구원은 “중국-유럽의 경기부양 드라이브와 금리인하 사이클 등이 경기·유동성 모멘텀의 동반 회복·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유동성 장세에서 내년 실적·펀더멘털 장세 진입이 가시화하며 코스피는 역사적 고점을 향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