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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다시하라” 연일 압박… ‘국정호통위’ 된 국정기획위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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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다시하라” 연일 압박… ‘국정호통위’ 된 국정기획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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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위원장, 회견서도 부처 질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22일 “업무 보고가 전반적으로 노력에 비해 실망스러웠다”며 정부 부처를 거듭 질타했다.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 출범 일주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지난 정부 3년 동안 이완된 국정 운영 상태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정 운영 청사진을 그려야 할 국정기획위가 부처들 군기 잡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8일부터 정부 부처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18일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에 대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와 충실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국정기획위는 19일엔 “업무 보고를 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했고, 20일엔 검찰청,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를 중단시키고 재보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가 연일 공개적으로 정부 부처를 질타하는 데 대해 우려도 나온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부처들에 이 대통령 공약 이행 방안을 내놓으라고 연일 압박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현 정부가 ‘개혁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검찰, 기획재정부, 방통위 등에 ‘개혁 방안을 제대로 내라’고 질타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도 페이스북에 “나가는 윤석열 정권의 장관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에 대해 박수를 치지 않는다’고 호통을 친다는 것은 코미디”라면서 “이한주 위원장의 완장 놀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한주 위원장은 이날 ‘장관 윽박지르기 아니냐’는 지적에 “업무 보고에 전 부처를 막론하고 어떤 장관도 오지 않았다”면서 “떠나는 분들 야단 쳤다는 말은 전혀 동의 못 한다. 오셔야 질책할 텐데, 한 분도 오시지 않았다”고 했다. 이춘석 경제2분과위원장도 “공직 사회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다.

국정기획위가 연일 정부 부처를 압박하면서 일부 부처의 경우 장기 과제로 검토돼야 할 이 대통령 공약 사항을 당장 올해부터 추진하겠다고 국정기획위에 보고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올 하반기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지난 20일 업무 보고에 포함했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도 당장 올해부터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 행보에 관한 우려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부처들에) 이재명 정부의 손을 잡고 함께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박홍근 국정기획분과장은 “국민의힘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 보고를 거부하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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