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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안 간다... “중동 정세 등 고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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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안 간다... “중동 정세 등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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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하려다 ‘美 이란 공습’으로 급변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9일 새벽 귀국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22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등을 감안해 정상회의 참석 쪽에 무게를 뒀지만, 이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있은 뒤 불참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부 인사의 대참(代參)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나토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국(IP4,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국)을 매년 초청해 왔다. 한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이번에 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상이 예년과 달리 불참하면 ‘한국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참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대통령의 불참이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나토 회원 32국 대부분은 자유민주 진영의 핵심 국가이고, 나토는 최근 러시아·중국·북한 등 전체주의 세력 확장에 대응하려면 대서양과 태평양의 자유민주 진영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반대로 북·중·러는 한국의 나토 참석을 비판해 왔다.

이 대통령은 당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하고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3시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위 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발표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브리핑은 취소됐고, 3시간여 뒤인 오후 6시 20분쯤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는 서면 브리핑이 나왔다.

대통령실 안에선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이날 오전 미국의 이란 공습이 불참 쪽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 소식이 전해진 뒤 대통령실 안에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적 측면보다는 중동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하면 불참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참모들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보고했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번엔 안 가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 확산하면 유가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내각 구성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내에 머물며 경제 위기 관리를 직접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란 공습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북한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을 공격하지 않은 이란을 (미국이) 직접 공격한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김현 의원도 “이란이 미국을 선제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행된 이번 폭격은 국제법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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