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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결국 이란 직접 때렸다…중동질서 재편, 대전환 신호탄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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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결국 이란 직접 때렸다…중동질서 재편, 대전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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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시한’ 무색…트럼프, 왜 '직접 공습' 결단 내렸나
이란의 선택지는?…명분 쌓기와 보복 사이
중동 안보질서 재편 불가피…확전 리스크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공군을 투입해 이란의 핵 시설 3곳(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을 정밀 타격했다. 끝내 이스라엘과 이란간 분쟁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중동 안보 질서 재편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은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보복을 다짐했다.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사실상의 ‘항복’을 촉구하며 보복엔 ‘더 큰 보복’으로 맞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참전을 “역사적 결단”이라며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백악관)


‘2주 시한’ 무색…트럼프, 왜 ‘직접 공습’ 결단 내렸나

트럼프 대통령이 ‘2주’라는 마감 시한을 정했음에도 돌연 직접 공격에 나선 것은 이란이 남은 기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며 불응시 전면적인 군사 개입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란은 협상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이란이 시간을 끌면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란은 현재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408㎏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3주 안에 핵무기를 최대 9개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란이 핵무기 보유에 성공하면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은 크게 약화하게 된다. 비단 중동뿐 아니다. 북한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핵무기 보유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했던 모든 대외 정책 및 전략이 어그러질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2주 시한이 처음부터 ‘기만 작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북한·러시아·이란·중국 등 적대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위협적인 언사 혹은 예측 불가능한 입장 전환을 반복하며 심리적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도중 돌연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한 바 있다.

직접 개입에 따른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든 것도 과감한 행동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 시설 공습으로 이란이 역내 미군기지 등에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격을 단행한 것은 동맹인 이스라엘이 이란의 제공권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과거와 달리 이란의 군사 보복이 대규모 위협이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군 기지가 이란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은 이란 역시 미군 기지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의 군사 자원·자산을 중동에 잇따라 배치해 억지력을 대폭 높여둔 상태다. 미국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왼쪽부터)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왼쪽부터)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이란의 선택지는?…명분 쌓기와 보복 사이

앞으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또 이란의 대응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따라 중동 안보 질서도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사실상 이란에 남은 선택지는 항복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 핵 시설 공격 직후 가진 대국민 연설도 실질적으로는 이란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이제 이란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워질 것이다. 아직 공격할 수 있는 많은 타깃이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평화가 아니라면 이란에 남은 것은 비극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보복에 나선다면 더 큰 보복에 직면할 것이란 의미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평화, 즉 항복이 아닌 항전을 택했다. 이란 입장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만 직접적인 보복보단 명분 쌓기에 먼저 나섰다.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에는 보복 공격을 단행했지만, 미군 기지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동시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을 공격해 유엔 헌장 및 국제법, 핵환산금지조약(NPT)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규정 위반을 앞세웠다.

물론 전면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위험한 전쟁을 시작했다”며 “미국의 군사적 침략과 범죄에 맞서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이란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락치 장관도 “미국의 이번 핵 시설 공격은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역량을 파괴하고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음에도, 이란은 아랑곳 않고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핵심 핵 시설인 포르도를 끝장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심각한 손상은 없다”며 복구할 것이라고 도발했다.


이란 포르도 핵 시설. (사진=AFP)

이란 포르도 핵 시설. (사진=AFP)




중동 안보질서 재편 불가피…확전 리스크 여전

결국 이란의 저항과 미국의 군사 개입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든 장기화하든 이란을 둘러싼 중동 안보 지형 재편은 불가피하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는데, 2020년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사령관을 암살한 것처럼 ‘핀포인트’ 제거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 반대하는 최고지도자와 그의 추종 세력이 사라지면 이란 내부적으로 굴욕적이지만 미국의 요구에 따라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황이 악화하면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중동 내 이란 추종 세력들이 똘똘 뭉쳐 확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이 개입을 하기도 발을 빼기도 어려워지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CNN의 정치 및 국제 문제 분석가 바라크 라비드는 이한 분석가는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란이 미국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인가이다. 이란은 미군 기지에 도달할 수 있는 수천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이 개입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