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K-ICS 시행에도 일률적 한도 유지
투자 다변화에 제약…해외는 원칙 감독 전환
“한국도 국제 기준 부합하는 유연성 필요”
투자 다변화에 제약…해외는 원칙 감독 전환
“한국도 국제 기준 부합하는 유연성 필요”
[챗GPT 이용해 제작함]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경직된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관련 규제가 시장의 변화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지급여력(K-ICS·킥스)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자산운용 전략에 변화가 요구되지만, 여전히 일률적인 규제가 투자 다양성과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발간한 KIRI 리포트의 ‘보험회사 자산운용 비율규제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행 법률에 규정된 자산운용 비율규제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보험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사업 모형만으로는 시장의 포화 상태를 돌파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예컨대 생명보험 시장에서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지난 2001~2011년 연평균 6.5%씩 성장했지만, 최근 10년(2014~2024년) 중에는 0.3%에 불과했다. 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12.6%에서 5.2%로, 연평균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2023년 IFRS17·K-ICS 시행 이후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으로의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보험산업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약화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여타 금융권에선 노후소득 보장과 관련된 경쟁이 확대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보험업권에서도 이를 위해 자산운용 역량을 고도화하고, 장기적인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법령은 여전히 보험사의 자산운용 역량을 제한하고 있다. 보험업법·감독규정상 자산운용 관련 규제는 정량 기준 중심의 비율규제 체계로 설계돼 있다. 자산운용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률·규정에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는 방식이다. 일부 항목(파생상품, 해외자산 등)에 대해 규제가 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법률에 따른 일률적 비율 규제가 보험사의 투자 다변화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국내 장기채권 시장이 협소해 해외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자산군별 투자 한도가 법률로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외화 자산 투자 한도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총자산의 50%로 제한된다.
영국은 과거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운영했지만, 2016년 ‘솔벤시Ⅱ’ 제도를 도입하면서 해당 규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선관주의원칙’에 따라 보험회사가 스스로 위험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자산에만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비율 규제를 탈피하고 원칙 중심의 자산운용 체계로 전환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총자산 대비 자산유형별 투자 한도를 설정해 왔지만, 2012년부터 대부분의 비율 규제를 폐지하고 자율성과 리스크 중심의 감독체계로 개편했다. 현재는 특정 관계자(주요 주주 등) 관련 자산에 대해서만 일부 비율 규제가 남아 있으며, 전체 자산운용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와 자본건전성 중심의 사후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자산운용 규제를 기존의 정량적 통제에서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비율규제를 하위법령으로 이관해 규제 유연성을 높이고, 킥스 체계에 따라 자산의 위험이 이미 반영되는 만큼 중복적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