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암살 공포에 떠는 하메네이, 후계자 후보 3명 정해놨다

조선일보 이철민 기자
원문보기

암살 공포에 떠는 하메네이, 후계자 후보 3명 정해놨다

속보
美 3분기 성장률 4.3%…시장 예상 상회
NYT “이란 최고 지도자 통신 끊고 은신
본인 ‘순교’ 시 신속한 결정 지시
후보 명단에 강경파인 아들은 없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암살을 두려워해 현재 전자적 수단에 의한 통신을 중단하고, 벙커에 은신한 채 자신이 ‘순교’하면 뒤를 이를 3명의 고위 성직자 후보도 선정했다고, 21일 뉴욕타임스(NYT)가 하메네이의 비상 전시(戰時)계획에 정통한 이란 정부 관리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하메네이는 군 지휘관들과도 신뢰하는 측근을 통한 간접적으로만 접촉하며, 군 수뇌부의 장군들이 계속 이스라엘에 암살되는 것에 대비해 그 뒤를 이을 후보들도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1989년 6월 최고 지도자의 지위에 오른 하메네이의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얼마나 위기 상황인지를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9일째 접어든 이스라엘의 공습은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 이래 이란이 받은 가장 강력한 군사 타격이다. 이란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벌인 8년 전쟁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벙커버스터 GBU-57과 B-2 폭격기 등을 동원해 쿰 주(州) 포르도 산악 지대의 지하 80~90m에 위치한 핵탄두급(級)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군사적 카드를 고려함에 따라, 이란 지도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야톨라 하메네이 체제를 지탱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비롯한 군부와 정치 지도부 내 분열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86세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자신을 암살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 경우 이를 ‘순교’로 간주할 것이라고 이란 정부 고위 관리들은 말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직위는 이란군 총사령관이자, 사법부ㆍ행정부ㆍ입법부의 수장(首長)이고, 시아파 이슬람 신앙의 가장 권위 있는 수호자이다.


하메네이는 이란 헌법에 따라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성직자 위주의 기구인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에 자신이 순교할 경우 자신이 미리 지명한 3인 중에서 신속하게 후계자를 선출하라고 지시했다. 보통 이란의 보통 최고지도자 선출은 수개월 간 비밀리에 진행되는 복잡한 절차이지만, 전쟁 중에는 신속하고 질서 있는 승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후계자 후보 명단에는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는 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모지타바(Mojtaba) 하메네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과거 보수적인 대통령이었던 이브라힘 라이시도 하메네이 유고 시 계승 후보 명단에 올랐으나, 그는 2024년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일반적으로 하메네이는 테헤란 중심부에 위치한 극도로 경비가 강하된 ‘지도자의 집’(베이트 라흐바리)에 상주하며, 일부 공개 연설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인해 지하 벙커로 이동했다.


이란 정치 지도부와 정보당국은 이스라엘 공군의 정밀 타격과 더불어, 이란 군의 많은 고위 지휘관들이 짧은 시간 내에 제거됐다는 사실을 크게 두려워한다.

이란 국회의장 갈리바프의 고문 마흐디 모하마디는 외부에 유출된 한 육성 자료에서 “우리의 고위 지휘관들이 모두 1시간 내에 암살당했다. 우리의 최대 실패는 이스라엘 공작원들이 수개월 동안 미사일과 드론 부품을 밀반입해서 준비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 정치 지도부는 이스라엘 모사드 정보요원들과 내통하는 이란인 내부 조력자들이 이란 전역에 산재해, 주요 군ㆍ에너지 시설에 드론 공격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이스라엘 스파이망이 이란의 보안ㆍ정보 장치들을 침투해서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를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요인 암살과 이란 지도부 내부에 대한 광범위한 침투 가능성 탓에, 이란 정보부는 모든 고위 인사들에게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지하로 피신하도록 지시했다고, 이란 고위 관리들은 이 신문에 말했다.

또 이란 정보부와 군 당국은 거의 매일 이란 국민에게는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신고하고, 군 관련 피해 사진이나 영상은 유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고 있다.

이란의 인터넷과 국제 전화도 거의 다 차단됐다. 이란 대통령실의 홍보 책임자는 “적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란 내부에서 공격을 하고 민간인 생명을 위협해, 인터넷 차단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