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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과 'AI 워싱' 논란 [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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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과 'AI 워싱' 논란 [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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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100조 원을 들여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을 만들어 국민 모두가 AI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향후 5년간 AI 강국이 되도록 12조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방법이다. AI 업체들마다 조금씩 골고루 나눠주는 베풀기식 정책은 AI 강국 도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AI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수많은 AI 업체들이 등장했지만 허수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AI 세탁, 즉 AI 워싱(washing)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다. AI 워싱은 AI로 보기 힘든 기술과 서비스를 AI로 과대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영국 신생기업(스타트업) 빌더닷AI(Builder.ai)다. 이 업체는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AI를 개발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카타르 투자청 등에서 4억5,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AI가 아니라 인도에서 700명의 개발자를 고용해 수작업으로 진행해 왔다. 결국 이 업체는 허위 광고와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네이트, 델피아, PGI글로벌 등도 마찬가지다. 전자상거래 업체 네이트는 AI를 이용한 자동 결제를 주장했으나 빌더닷AI처럼 필리핀과 루마니아의 저임금 개발자들이 AI 대신 일을 했다. 캐나다 스타트업 델피아는 AI가 개인별 맞춤형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으나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PGI글로벌도 암호화폐 등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AI 자동투자 시스템을 홍보했으나 실상은 이를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다단계 회사였다. 이 업체들은 사기 및 과장광고 혐의로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AI를 내세워 막대한 투자금을 빨아들인 점이다. 네이트는 4,200만 달러(약 575억 원), PGI글로벌은 1억9,800만 달러(약 2,700억 원)를 투자 받았다.

국내에서도 단순 챗봇 서비스나 부분 자동화 시스템을 AI로 포장하거나 외국의 핵심 기술을 가져와 미세조정을 거친 뒤 독자 개발한 AI로 알리는 업체들이 일부 있다. 정부가 AI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관련 부처 등에서 AI 워싱을 효과적으로 가려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기업에 몰아주라는 것이 아니다. 옥석 가리기가 힘들지만 AI 생태계를 발전시키려면 대기업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장비업체, 데이터센터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옥석 가리기를 통한 힘의 집중, 일점타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