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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 위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재판부를 향해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항소심에 대한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원·이용우·박균택·전현희 의원/뉴스1 |
검찰의 기소가 위법해 공소기각 판결이 날 경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공소시효가 멈추지 않고 진행되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부적법한 기소의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박균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명은 지난 18일 이런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형소법 제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는 ‘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검사가 제기한 공소가 당초부터 위법해 무효임이 확인된 경우 공소 제기에 의한 시효의 정지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즉 검찰의 기소가 부적법하다면, 재판이 진행할 동안 흘러간 시간을 공소시효 계산에 산입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피고인 입장에선 공소시효가 완성될 경우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정준호 민주당 의원의 소송을 의식한 법안이라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평가다. 정 의원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때 전화 홍보원 10여 명에게 1만5000여 건의 홍보 전화를 돌리게 했다는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작년 7월 기소됐다. 기소 당시 정 의원의 공소시효는 약 2개월 남은 상태에서 멈추게 됐다.
그런데 1심 법원은 지난 2월 정 의원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이 2022년부터 시행됐는데, 검찰이 이번에 정 의원을 기소하면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지 않고 한 명의 검사가 동시에 수사·기소를 담당해 개정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선관위에서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 것으로, 수사·기소 분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판결은 법조계에서 논란이 됐지만, 검찰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에 항소하는 대신 검사를 바꿔 정 의원을 재기소했다. 이때부터 정 의원은 언론이나 공판에서 “공소시효 완성된 점이 명백한데 검찰이 재기소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등 ‘공소시효 만료’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절차적 위법 여부와 별개로 공판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며 오는 7월 첫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정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같은 당 의원을 위해 입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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