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체가 전한 중동 전문가들의 '이란 공습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본딴 인형을 이란, 이스라엘 국기 앞에 놓고 찍은 장면./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축출을 염두에 둔다면 이란은 이판사판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중동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공습에 돌입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한 중동 전문가 7명의 예측을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중동 특사를 지낸 데니스 로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명예 연구원은 "미국이 하메네이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공습 범위를 확대한다면 이란은 더 잃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미국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란 사실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파키스탄 등 중동 6개국에서 미 대사를 역임한 라이언 크로커 랜드연구소 외교 안보 명예의장은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한다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고 핵 협상에 복귀하는 것과 미국에 보복하는 것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보복한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아랍만 일대 원유시설, 미 군사·외교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레이 타키 미국 외교협회(CFR) 수석 연구원은 "이란이 다시 테러리즘을 꺼내들 수 있다"며 민간인을 보복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공격을 결정한다면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로 꼽히는 나탄즈, 포르도 농축장 2곳을 가장 먼저 폭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탄즈 시설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하 설비까지 타격을 받았지만, 포르도 시설은 아직 건재해 미군의 지원 여부를 두고 주목받는 곳이다. 포르도 시설은 산악지대에 깊이 숨겨진 데다 방공망이 쳐져 있어 이스라엘 단독 공격으로는 타격이 어려워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에 따르면 이란이 포르도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한 달간 계속할 경우 핵 무기 9개를 갖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커 의장은 "공군력만으로 이란 핵 무기 생산 능력을 완전 없앨 수 없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이란 핵 과학자들을 전부 제거할 수 없다"면서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려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포기에 대한 검증 가능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미국이 이란을 설득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란의 핵 무기 개발 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로빈 라이트 외교평론가는 "이란 영토는 미국이 가장 오랜 기간 전쟁을 치른 아프가니스탄의 두 배이고 이라크의 세 배"라며 "미국은 8년간 이라크 전쟁을 치렀고 의도치 않게 ISIS라는 극단 세력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공습을 계기로 이란과 전쟁에 돌입한다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를 것이란 뜻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현실화해도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은 이란 핵 능력 억제를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추가 공습을 가하지 않는다면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도 "이란 지도부는 호르무즈 해협 항해를 방해하지도, 해당 지역 미군 시설을 공격하지도 않았다. 이스라엘 반격에만 집중하면서 상당한 자제력을 보였다"며 "미국이 포르도 시설을 파괴하는 정도라면 상황이 (지금보다)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