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떠나는 당직자·보좌진
‘탄핵 대선’ 참패 후 계파 싸움만
자긍심 대신 모멸감만 준다면
정부·여당 폭주해도 미래 없다
‘탄핵 대선’ 참패 후 계파 싸움만
자긍심 대신 모멸감만 준다면
정부·여당 폭주해도 미래 없다
국민의힘 보좌관 A씨는 최근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시켰던 2024년 12월 7일 밤에 낙향하기로 처음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날 국민의힘 보좌진 100여 명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미리 스크럼을 짜고 사수해야 했다.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만 참여하고 뒤이은 탄핵안 표결엔 불참하고 나왔다. 이 모습에 야당 보좌진이 거세게 항의했는데, A씨는 진보당의 호통만큼은 참기 어려운 모욕이었다고 했다. 내란 선동 사건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들이 주축인 당으로부터 “내란 부역자들!” 소리를 듣자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이 치밀었다는 것이다.
그가 낙향 결심을 진짜로 굳힌 건 6·3 대선 이후다. 대선 참패로 싸늘한 민심이 확인됐는데도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여전히 친윤·친한 타령을 하며 차기 당권 투쟁이 펼쳐지자 여의도 생활에 환멸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A씨는 ‘2017년 탄핵 대선 참패-2018년 지방선거 참패-2020년 총선 참패’ 3연타도 이겨냈지만 2025년의 상황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자부심은커녕 모멸감을 주는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했다.
보좌관 B씨도 연봉을 깎아가며 최근 한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고 일어나자 당 대선 후보가 바뀌어 있던 지난 5월 10일 아침에 느꼈던 당혹감이 비상계엄 때보다도 더 컸다고 했다. “새벽 4시에 북한 인민군이 쳐들어와 6·25 전쟁이 났습니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그 시각에 일방적 후보 교체라니요.” 이직 준비에 나선 당직자 C씨는 아이가 혹여 불이익을 받을까 봐 부모 직업을 어디에서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베테랑 당직자 D씨는 “요즘 국민의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현기증이 나서 ‘저 당은 내 당이 아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버틴다”고 했다.
그가 낙향 결심을 진짜로 굳힌 건 6·3 대선 이후다. 대선 참패로 싸늘한 민심이 확인됐는데도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여전히 친윤·친한 타령을 하며 차기 당권 투쟁이 펼쳐지자 여의도 생활에 환멸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A씨는 ‘2017년 탄핵 대선 참패-2018년 지방선거 참패-2020년 총선 참패’ 3연타도 이겨냈지만 2025년의 상황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자부심은커녕 모멸감을 주는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했다.
보좌관 B씨도 연봉을 깎아가며 최근 한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고 일어나자 당 대선 후보가 바뀌어 있던 지난 5월 10일 아침에 느꼈던 당혹감이 비상계엄 때보다도 더 컸다고 했다. “새벽 4시에 북한 인민군이 쳐들어와 6·25 전쟁이 났습니다. 민주주의 정당에서 그 시각에 일방적 후보 교체라니요.” 이직 준비에 나선 당직자 C씨는 아이가 혹여 불이익을 받을까 봐 부모 직업을 어디에서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베테랑 당직자 D씨는 “요즘 국민의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현기증이 나서 ‘저 당은 내 당이 아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버틴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은 안 된다’ 구호로 20대 대선을 이겼고, 21대 대선도 그렇게 치르다 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법인카드 유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공직선거법은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뽑혔다. 국민들이 저 혐의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비상계엄이 이 나라에 끼친 해악이 더 컸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화영·조국·송영길 사면론’이 부상하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금 출처가 불투명한 지저분한 돈 거래 의혹에 깔끔한 해명을 못 내놓으면서 언론과 검찰을 탓하기 바쁘다. 이번 정부에서도 고위직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와 취업 청탁 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 여당은 대법관 증원을 필두로 한 ‘이재명 방탄 3법’과 ‘검찰 해체 4법’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이 대통령의 재판들은 진행을 멈췄다. 정권을 쟁취한 세력이 법 위의 특권층으로 군림하려고 나라의 기틀을 뒤흔드는 광경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볼리부르주아지(Bolibourgeoisie) 행태를 연상시키지만, 2019년 ‘조국 사태’ 때와 달리 여론의 불이 붙지 않는다. 나날이 뚝뚝 떨어지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보여주듯 국민들은 아직도 반성과 쇄신할 기미가 없는 국민의힘에 더 열받아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TK 출신 의원이 뽑히자 의원회관 곳곳에서 “우리 당이 그리는 지도는 ‘영남 자민련’은커녕 5~6세기 신라 영토 범위에도 못 미친다”는 한탄이 나왔다. 당직자와 보좌진은 지금껏 국민의힘이 그나마 ‘힘’을 발휘하게 해준 버팀목이다. 이들마저 자괴감을 못 견디고 떠나버린다면 앞으로 국민의힘이 무엇을 약속하고 시도한들 망명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처럼 무용하고 공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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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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