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
먹는 일에 늘 남다른 열성을 보이는 중국이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부뚜막이나 부엌은 중국의 문화와 다양한 연결이 가능하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부엌 신(神) 조왕(竈王)을 떠받드는 풍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사회는 매우 엄격한 등급(等級) 의식을 자랑한다. 이 역시 옛 제도나 현행 사회 질서에서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인의 소중한 부뚜막 역시 늘 등급이 매겨졌다. 공산당 집권 직전의 상황도 그랬다.
중국 전역을 석권하기에 앞서 머물렀던 옌안(延安)에서 공산당은 모든 부뚜막을 대·중·소로 나눴다. 대조(大竈), 중조(中竈), 소조(小竈)다. 부족한 물자 사정을 감안해 식재료를 지위에 따라 차등 배급하는 제도였다.
가장 큰 부뚜막은 맨 아래 지위의 당원 등이 함께 사용했다. 중간 부뚜막은 중견 공산당 간부(幹部)들의 차지였다. 작은 부뚜막은 혼자, 또는 극히 소수의 사람이 전용(專用)했다. 권력 상층부 공산당 최고위 지도자의 부엌이다.
공급하는 음식 재료에도 세밀한 차별을 뒀다고 한다. 그를 ‘아홉 등급으로 나누는 음식’이란 뜻의 식분구등(食分九等)이라고 했단다. 옛 소련에서 유래했지만 중국 공산당에 이르러 훨씬 더 엄격해진 위계(位階)와 등급 의식이다.
그런 공산당의 부뚜막은 오늘날의 ‘특공(特供)’으로 이어졌다. 음식 재료, 담배와 술, 의복과 의료 등 일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특별 공급 제도의 준말이다. 수천만 명이 굶어 죽던 1950년대 말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던 제도다.
황금 수저보다는 이 특권을 입에 물고 태어나야 더 행복한 중국이다. 일반인 접근을 차단한 특별한 부뚜막에서 공산당의 숱한 간부들은 오늘도 성찬(盛饌)을 즐긴다. 좋은 것 먹고 열심히 일해야 마땅하지만 실정은 반대다. 현대 중국의 많은 문제가 다 여기서 비롯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