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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한패 ‘홍콩→인천공항→일본… 금괴 30kg 밀반출 수법 보니

조선일보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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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한패 ‘홍콩→인천공항→일본… 금괴 30kg 밀반출 수법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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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괴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콩에서 30억원 대 금괴를 매입하고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출한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동현)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총괄책 A(57)씨와 중간관리책 B씨(49) 2명 등 모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인 모집책·인솔책·운반책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금괴 밀반출을 지시하고 자금을 투자한 실제 배후 C씨와 그의 변호인 D씨를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C씨는 금괴 밀반송 동종 범죄로 2023년 징역 2년에 1000억원대 벌금형을 확정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홍콩에서 금괴 약 30kg을 매입해, 8번에 걸쳐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밀반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금괴 밀반송은 홍콩과 일본의 금 시세 차가 배경이 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홍콩에서는 금괴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데, 일본에선 금 수요가 많고 시세도 높아 그 시세 차익을 노리고 홍콩산 금괴를 일본에 들여와 판다는 것이다.

범행 당시, 금괴 1kg시세는 홍콩의 경우 약 8000만원, 일본의 경우 약 8800만원이었다. 일본에 밀반송된 금괴는 브로커를 통해 비공식 루트로 유통됐는데, 매입가에 비해 5% 내외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금괴 밀수입에 대응해 홍콩발 여행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경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출발지 세탁’이다. 홍콩에서 인천공항 환승구역까지 일본인 운반책이 금괴를 휴대한 뒤,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 타기 직전 한국인 운반책에게 몰래 금괴를 넘기는 ‘손바뀜’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홍콩인이 현지에서 매입한 금괴를 일본인이 넘겨받아 인천공항 환승구역까지 운반한 후, 한국인 운반책이 전달받아 일본으로 밀반출하는 방식이다. 밀반출된 금괴는 일본 현지에서 한국인 총괄책이 일본인 브로커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인천공항에서 입국절차 없이 환승구역을 단순 경유하는 외국인의 경우 국내 관세법상 반송신고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 악용됐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된 마약사건을 수사하던 중 한국인 여성 2명이 후쿠오카공항에서 금괴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돼 현지에서 형사 처벌된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금괴 밀반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구치소에 있던 C씨가 벌금 납부를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A씨 등을 구치소로 불러들여 금괴 밀반출을 지시하고, 금괴 매수자금으로 2억4000만원을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또 C씨의 법률대리인인 변호사 D씨는 자신이 일하는 법무법인의 자금 1억원을 횡령해 그대로 금괴 밀반출 범행에 투자하고, 공범들에게 국내 관세법 적용을 피하는 법률 컨설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범행 초기 운반책이 검거돼 금괴가 압수되는 등 D씨가 경제적 이익을 전혀 얻지 못했다”며 불구속 기소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금괴 밀반송으로 얻은 이익을 다시 금괴 구입에 재투입하면서 이른바 ‘금으로 금을 불리는’ 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며 “최근 국내 금시세가 급등함에 따라 홍콩-한국간 금괴 밀수입 범행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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