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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이 예견하는 글로벌 증시 강세장 신호

조선일보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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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이 예견하는 글로벌 증시 강세장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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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켄 피셔 칼럼] 곡선 가팔라지며 은행 대출 확대되고 경제 성장 촉진될 듯
글로벌 수익률 곡선이 점점 가팔라지며 증시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글로벌 수익률 곡선이 점점 가팔라지며 증시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때 강력한 신호였지만 고장 난 듯했던 수익률 곡선(일드 커브·yield curve)이 조용히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수익률 곡선이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 곡선은 국채 금리를 3개월물부터 10년물까지 만기별로 점을 찍어 연결한 그래프를 뜻한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으면 곡선은 우상향하며, 이를 ‘가팔라진다’고 표현한다. 역사적으로 이럴 땐 강세장이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으면 ‘역전된다’고 하며, 완벽하진 않지만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이는 곡선이 은행 대출 움직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단기 예금을 활용해 장기 대출을 실행하고, 그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 따라서 곡선이 가팔라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경제 성장은 촉진된다. 반대로 곡선이 역전되면 대출이 위축돼 경기가 둔화되는데, 거의 틀린 적이 없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수익률 곡선을 주시해왔고, 특히 미국의 곡선을 주목해왔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의 계기판만 보고 상태를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이가 간과한 것은 ‘보닛(엔진 덮개) 속’, 즉 실제 대출 흐름이다. 과거엔 수익률 곡선이 이를 잘 반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지 않았다.

2022년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뒤 수익률 곡선은 역전됐다.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졌지만 대출은 오히려 늘면서 미국, 한국은 물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까지 뒷받침했다. 주식시장은 충격 속에서 상승했다. 2023년과 2024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수익률 곡선은 역전된 상태였고, 대다수는 이를 “고장 났다”고 치부했다. 왜 그랬을까. 속을 들여다보면 은행들이 코로나 시기 초저금리로 유입된 막대한 예금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고, 한국은행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대출은 여전히 수익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수익률 곡선이 다시 양(+)의 기울기로 전환됐다. 이는 은행의 대출 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자본은 국가 간에 비교적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나는 GDP 가중치를 반영한 글로벌 수익률 곡선을 확인한다. 이 지표는 지난해 5월 -0.57%포인트에서 최근 0.60%포인트로 전환됐다. 이는 강세장을 암시하며 최근의 시장 흐름도 설명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영국의 수익률 곡선은 -0.91%포인트에서 0.49%포인트로 반등했고, 유럽 대륙은 -0.63%포인트에서 1.01%포인트로 더 크게 상승했다.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면 유럽과 한국의 가치주는 미국을 주도하는 성장주보다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유럽과 한국의 은행주는 조용히 시장을 선도하며 미국 기술주를 앞질렀다. 그 이유는 글로벌 금리 변화가 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핵심은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수익률 곡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용히 진행되는 이 강세장의 에너지는 아직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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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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