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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함의 대명사 이승현 “모비스서도 최선 다할 것…팀 1위가 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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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함의 대명사 이승현 “모비스서도 최선 다할 것…팀 1위가 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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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이 지난 17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농구 남자대표팀 훈련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이승현이 지난 17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농구 남자대표팀 훈련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고 약 10일 동안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그 무던한 이승현이 17일 전화로 속내를 꺼냈다. 부산 케이씨씨(KCC) 소속이었던 이승현은 전준범과 함께 17일 울산 현대모비스 장재석과 트레이드됐다. 케이씨씨 구단은 허훈을 영입하면서 수원 케이티(KT)에 14억원(직전 보수 200% 보상)을 줬고, 선수단 샐러리캡도 초과되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했다. 그 숙제를 이승현을 보내면서 해결했다.



트레이드 확정 발표 뒤 이승현은 한겨레에 “처음 얘기가 나왔을 때는 ‘진짜 가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오늘(17일) 오전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니 ‘아 진짜 가는구나’ 현실을 체감했다”며 만감이 교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케이씨씨에 있는 내내 행복했다. 저는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기 한참 전인 지난 5월 한겨레는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이승현을 만났다. 이승현은 지난 시즌 케이씨씨의 주인공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돌아가며 빠진 팀을 지탱했고, 비시즌 철저한 체력 관리로 큰 부상 없이 모든 경기(54경기)를 소화했다. 주전으로 뛰면서 궂은일까지 맡느라 지쳐 정작 자신이 준비했던 농구를 마음껏 펼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는 “팀을 위한 일”이라며 묵묵했다. 워낙 개성이 강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케이씨씨 선수들 사이에서 늘 묵직하게 균형 잡는 존재로 돋보였다.



그런 그의 다음 시즌이 기대됐고, 궁금했다. 그는 “지난 시즌 팀 성적이 9위여서 마음이 안 좋았다. 플레이오프를 집에서 티브이(TV)로 보면서 나한테 화도 났다. 팀에 더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더 준비할 것”이라며 절치부심했다. “케이씨씨에서 지난 3시즌을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제가 ‘그렇게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아쉬움을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덜고 싶다.”



이승현. 대한농구협회 제공

이승현. 대한농구협회 제공


각오를 행동으로 옮겼다. 가족 여행을 다녀온 것 외에는 휴가 2개월 동안 웨이트와 슛연습에 전념했다. 몸 관리를 잘하고 임했던 지난 시즌 경험을 자극제 삼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햄스트링이 올라왔는데 병원에 갔더니 몸이 지쳐 힘든 것일 뿐 큰 이상은 없다더라고요. 비시즌 훈련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죠. 내 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중점적으로 케어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을 반추하며 “정규리그 1위” 목표도 다잡았다. 2014년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1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최우수선수(MVP), 베스트5, 최우수수비상 등 온갖 상을 휩쓸었지만 정규리그 1위는 못 해봤다. 그는 “정규 1위를 해야 다음 스텝인 통합우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정규 1위는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목표를 묻는 말에 개인 기록이 아닌 팀 성적을 거론한 이유를 물으니 그다운 답이 돌아왔다. “‘팀이 있기에 선수가 있다’는 것은 농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때부터 변하지 않는 모토에요. 팀이 우승하면 개인의 영광도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는 케이씨씨 시절에도 “내게 많은 기회가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대신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왔다. 이승현이어서 가능한 생각인데, 이 대목에서 가슴을 치는 한사람은 있다. “(농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는 아들이 득점 등 수치로 보이는 부분에서 좀 더 욕심내기를 바라시죠.(웃음) 다음 시즌에는 욕심을 내보려고요.”



팀은 옮겼지만 그간의 노력이 어디 가지 않는다. 그는 17일 통화에서 “노력의 결실을 모비스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2025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국가대표로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다. 빠르면 7월 중순, 늦으면 8월 중순에 팀에 합류한다. 양동근 신임 감독과는 대표팀 선후배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함께 선수로 뛰던 시절에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현대모비스에는 “(함)지훈이 형”도 있다. “형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너와 같이 뛸 날이 올 줄이야.’ 함께 뛰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죠. 기대됩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어쨌든 선수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저를 반가워하는 이 마음들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승현의 묵묵하고 성실한 태도는 현대모비스에서도 계속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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