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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린', 대통령 역린보다 크고 무겁다 [직언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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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린', 대통령 역린보다 크고 무겁다 [직언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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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서 정파적 진영 논리를 지양하며, 건전한 시민 사회가 공유하는 원칙과 상식, 합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논평합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이즈음이 가장 중요하다. 정권 첫 100일 중에서도 첫 인사가 나오는 이즈음. 오광수 민정수석 건은 신속히 정리됐다. 인사 논란으로 새 정부 정체성 등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역대 정부 모두 첫 인사에서 내상을 입으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문재인 정부는 진용을 꾸리기까지 195일이 걸렸다. 5년(60개월) 임기의 10분의 1이 인사 채우는 데 소모됐다. 야당의 물귀신 작전이 주요인이었지만, 일부 인사의 면면은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

인사는 만사이자 망사(亡事)의 시작이기도 하다. 지지층 초기 분화나 이탈도 인사가 주요인이다. 국민은 첫 인사에서 새 정부 정체성을 읽고 앞날을 점친다. 비판이나 문제 제기에 "불법은 아니니 괜찮다"고 한다면, 너무 안이하다. 예를 들어, 투기와 투자의 명확한 구분선은 뭔가. 불법만 아니면 투기성이 있어도 괜찮은가. 집권을 위해 견마지로를 했으니 보상해줘야 된다는 생각은 인사자나 인사 대상자 피차간에 버려야 한다. 국민 눈높이와 법 감정은 계속 진화한다. 우리는 그 진화를 선진 국가, 도덕적 사회, 향상되는 국가라고 부른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와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논란 소지가 크다. 야당 지적 때문이 아니라 해명과 제출자료를 보고 하는 말이다. 채무, 소득 대비 지출 등이 문제가 된 김 후보자는 상세자료 증빙과, 주권자 눈높이에서의 소명이 긴요하다. 수입-지출 총액이 비슷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야당의 전·현 부인 청문회 출석요구는 개탄스러운 구태다. 철회돼야 한다.

이 위원장의 투기 의혹은 심각하다. 부동산 30년 거래내역도 어이가 없지만 어린이날 초‧중생 자녀에게 재개발지역 상가를 사준 건 경악스럽다. 부동산 투기꾼 행태와 뭐가 다른가. 만일 국힘 정권의 요직 후보자가 이랬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했을까.

부동산·입시·병역은 이른바 '국민 3대 역린'이다. 일부 진보적 매체를 포함한 전 언론과 시민단체가 문제를 지적하자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서 "대통령 발목잡기다. 진보언론이 변절했다"고 강변한다. 의혹 제기는 언론의 본령인데 변절이라니…. 그런 인식 체계, 극히 우려스럽다. 어린이날 미성년 자녀 상가선물이 상식적인가? 건강한 투자인가? 합법적 증여라 할지 모르지만 공직에는 부적합하다. 그건 대통령을 위하는 게 결코 아니다. 국민의 역린이 대통령의 역린보다 백배천배 위중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름부터 국민주권 정부 아닌가. 차제에 ‘대통령의 역린’ 같은 봉건시대 용어도 사라져야 한다.

앎과 삶이, 말과 행동이 모순되지 않는 사람이어야 정책신뢰와 리더십이 확보된다는 건 상식이다. 상·하한선이 모호한 국민정서법을 따르라는 게 아니다. 인사원칙을 밝히고, 광장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탈하지 말자는 얘기다. 공동체 윤리에 어긋나는 언행을 해온 사람은 배제가 맞다. 그래야 정권교체의 당위와 효능이 확립된다. 맡기려는 자리에서 실제 유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흠결 여부는 객관화가 가능하다. 그게 검증이다. 지난 행적은 못 지운다. 저런 사람들 아니면 '실용'이 안 되나?


이강윤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