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배 ‘요나스웨일’호를 타고 지난달 27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하여 지난 6일 현충일 임진나루에 도착한 평화운동가들을 ‘코리아 평화의 날 파주’ 시민들이 임진각에서 맞아 머리에 화관을 만들어 씌워주며 환영했다. 맨 왼쪽이 송강호 평화의 배 단장. 원혜덕 제공 |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지난 6일 현충일에 임진각에서 ‘코리아 평화의 날 파주’ 행사가 열렸다. 통일과 평화의 염원을 품은 시민들이 모여 진행한 축제 같은 행사였다.
그 뿌리를 찾아가면 6년 전 일어난 일에 다다른다. 그때 접경지역인 철원의 뜻있는 시민들이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따라 동해안 고성에서 서해안 강화까지 인간 띠를 잇자고 제안했다. 이에 호응한 시민들의 모임이 전국에 만들어졌다.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 꿈은 결실을 보았다. 2019년 4월27일에 열린 ‘디엠제트(DMZ) 평화 손잡기’라는 열매였다. 4월27일은 그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날이다.
그날 전국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어 휴전선을 따라 줄지어 서서 손을 잡았다. 80대가 넘는 대형버스와 함께 온 광주 시민들은 임진강 강가에서 길게 인간 띠를 이었다.
내가 사는 포천의 시민들도 철원 남대천에서 손을 잡았다. 우리 농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 농장에 와서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 서울·경기에 사는 사람들은 당일 아침에 농장에 도착하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날 농장에 와서 자고, 같이 출발할 사람들이 현장에서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차가 차례차례 농장으로 들어왔다. 아직 작물을 심지 않은 우리 밭으로도 주차장이 부족하겠기에 남편은 옆에 비어 있는 남의 땅까지 양해를 구해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남대천으로 출발하기 전에 잔디밭 가장자리를 따라 빼곡히 둘러서서 다 같이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화창한 봄 날씨와 어울려 평화로움을 자아내던 그날의 광경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 같이 출발하여 남대천 강변에 도착하여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다가 14시27분에 카운트다운을 소리 높여 합창하듯 세고는 잡은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환호를 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디엠제트 평화 손잡기’가 그 한번으로 끝난 줄 알았다. 한번만으로도 충분히 장엄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의 모든 일이 멈춘 듯한 날들이 이어졌기에 더욱 그리 생각되었을 것이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가 끝나자 6년 전 디엠제트 평화 손잡기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이 이 평화운동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랐다. 그 결과로 지난해 현충일에 6년 전 평화 손잡기의 출발점 구실을 한 국경선평화학교에서 첫 ‘코리아 평화의 날’이 열렸다. ‘코리아’는 국제경기대회에서 남북단일선수단이 사용한 이름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설 자리를 잃은 그 말을 ‘코리아 평화의 날’은 살려냈다.
지난해 첫 코리아 평화의 날 행사를 마치고는 해마다 접경 지역의 시민들이 돌아가며 현충일에 코리아 평화의 날을 열기로 했을 때 나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두번째 코리아 평화의 날이 올해 6월6일에 파주 임진각에서 열렸다. 고양과 파주 지역의 시민들이 힘을 합하여 기획하고 진행했다. 파주의 시민이자 사업가인 한분이 자기 사무실 한편에 자리를 마련하고 1년간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보았다.
‘제2차 코리아 평화의 날 파주’ 행사 중 고양과 파주 시민 대표들이 ‘시민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읽고 있는 사람은 파주 시민 안재영 디엠제트(DMZ)평화동행 대표. 원혜덕 제공 |
‘제2차 코리아 평화의 날 파주’엔 시민평화음악회, 7대 종단 디엠제트 평화 순례를 마친 분들을 맞는 환영회, 5월27일에 제주 강정항을 떠나 6월6일 행주나루에 도착한 평화의 배 ‘요나스웨일’호의 환영식 등 여러 평화 행사가 열렸다.
풀꽃으로 만든 화관을 머리에 쓴 그분들 앞에서 고양과 파주의 시민대표들은 ‘시민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새로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과 북의 정치 지도자(들)는 무조건 만나라고 했다. 그리하여 남북 8천만 민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라고 했다. 또한, 이제부터 남북 코리아의 평화운동은 시민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민’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는 이러한 시민평화운동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을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을 실어주리라 믿는다.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앞장섬은 남북 화해의 장이 다시 열리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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