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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동 참전, 의회 동의 받아야”…‘마가’ 진영도 극명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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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동 참전, 의회 동의 받아야”…‘마가’ 진영도 극명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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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3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터커 칼슨 라이브 투어’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가 극우 방송인 터커 칼슨과 함께 서 있다. 칼슨은 전 폭스뉴스 아나운서 출신의 극우 논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격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4년 10월3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터커 칼슨 라이브 투어’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가 극우 방송인 터커 칼슨과 함께 서 있다. 칼슨은 전 폭스뉴스 아나운서 출신의 극우 논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격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폭격하기 위해 참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전쟁을 시작할 권리가 대통령에게 있는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일부 참전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을 비롯해 트럼프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참전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17일 미국 하원에서는 이란을 공격하기 전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결의안을 민주당의 로 나(캘리포니아주) 의원과 보수 성향의 공화당 토머스 매시(켄터키주)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의회가 헌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매시 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렸다. 현재 민주당에선 13명이 이 결의안에 동참했다.



전날 상원에서도 민주당 팀 케인 의원(버지니아주)이 비슷한 법안을 내놓았다. “미국 국민은 중동에서 또다시 끝없는 전쟁을 치르도록 군인들을 파병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으며, 만약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겠다면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케인 의원은 밝혔다. 미국에서 전쟁을 시작할 권한은 헌법상 의회와 대통령 모두에게 분산돼 있는데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꾸준히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다만 보수 진영에선 대통령 권한을 제약하는 데 부정적이라, 이런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에이피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란을 공격하는 데 미국이 가담해야 하는가를 두고 분열이 시작됐다. 미국이 외국 문제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믿는 고립주의자들과,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강경파들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공감하는 지지자들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에 미국이 참전해 엄청난 인명·재정 피해를 입었다’고 비난해 온 것을 거론하며 참전에 반대하고 있다. 극우 방송인인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는 뉴스레터를 구독자들에게 보냈다. 칼슨은 폭스뉴스가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선동의 물꼬를 최대로 틀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해 온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공화당·조지아주)도 “참전을 지지한다면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다”고 칼슨을 거들었다.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칼슨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란과의 전쟁에 휘말린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연합이 파괴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이민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칼슨 편에 섰다.



칼슨의 비판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칼슨은 괴짜” “방송국을 차리지 그랬냐”고 모욕하는 한편,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단 걸 포함한 많은 좋은 의미가 있다”고 썼다.



반면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이스라엘을 돕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전을 주장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야톨라(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위협에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결국 이스라엘이 그 일을 마무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극우 음모론자인 로라 루머도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며 “지금 트럼프에 대해 엉뚱한 말을 하는 모든 우익 인사의 스크린샷을 찍으라”고 ‘좌표 찍기’에 나섰다.



지지자 간 분열을 진화하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결정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라면서도 “나는 이 문제를 가까이서 개인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트럼프 대통령)가 미군을 미국 국민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달래기에 나섰다.



미국 에이비시(ABC)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끝나지 않는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공약했고, ‘한 약속은 지킨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지점이 ‘마가(MAGA·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진영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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